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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모씨는 증권회사 직원이다. 주식거래를 하는 사람의 특성은 대박의 꿈을 좇는다는 것이다. 정상적으로 돈 벌기는 어렵고 그래서 작전을 하기로 했다.

평소 잘 알고 지내는 투자회사 사장과 뜻을 같이 했다. 그의 사무실에서 작전회의를 했다. 매매주문, 계좌모집, 자금조달 등의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우선 작전을 벌일 회사를 선정하기로 했다. 회사의 주가를 끌어 올려 시세차익을 얻을 만한 호재가 있는 코스닥 상장 회사 하나를 선택했다. 다음은 작전에 사용할 재원(財源)이 문제였다. 투자회사가 위탁받은 고객자금을 실탄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부족한 돈은 현금을 담보로 사채업자로부터 수십억 원을 빌리기로 했다. 작전에 사용할 증권계좌는 49개가 확보됐다. 주문을 낼 차명계좌들이었다. 투자회사 사장이 계좌명의를 빌려줄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맡았다.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박씨의 역할은 전직 증권회사 직원과 함께 매매주문을 실행하는 것이었다. 여러 대의 PC를 설치하고 공동으로 작업할 속칭 ‘트레이딩 룸’은 투자회사 사무실에 마련했다. 이제 모든 게 준비됐다. 무려 6개월 동안 작전을 펼쳤다. 박씨가 차명계좌를 통해 수백만 주가 넘는 주식의 고가매수주문과 허수매수주문, 그리고 통정매매를 해 코스닥 상장 회사의 주식거래가 마치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65%가량 상승되자 이를 처분하니 약 150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었다.

위와 같은 경우 박씨 등은 많은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혔으니 형사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문제는 세금이다. 주가조작 했던 박씨 등은 세금을 낼까. 주가조작 하는 사람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의 상장 회사 주식은 양도소득세가 비과세이기 때문이다(소득세법 제94조 제1항). 소득세법 시행령 제157조에 해당하는 대주주에 해당돼야 비로소 내는 것이다. 반면 박씨가 이용했던 차명계좌의 49명은 증여세를 내야 한다. 명의를 도용했다면 명의신탁이 되지 않으므로 별 문제가 없지만 문제는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명의신탁 증여의제에 걸리면 꼼짝없이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주식 명의신탁을 이용한 조세포탈을 막기 위해 법 제45조의 2에서 명의를 빌려준 수탁자에게 증여세를 과세하는 제재규정을 두고 있다.

회사 사장에게 할 수 없이 명의를 빌려준 직원이거나 회사 설립 시 자식에게 이름을 빌려줬던 부모이거나 세법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작전세력은 주가조작 후 외국으로 도망 가서 걸리지만 않으면 여생을 편안하게 살 수 있지만 명의를 빌려준 사람은 국내에서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러야 한다. 예를 들어 박씨가 갑(甲) 명의로 거래한 주식이 5억원이라면 그에 대한 증여세(2억원 이상)는 갑이 내야 한다.

‘외국으로 도망가서 걸리지만 않으면 남은 여생 편안하게 살 수 있다. 운 없게도 나중에 들켜 콩밥을 먹더라도 까짓것 감방 한번 다녀오면 되는 거다. 궁색 떨면서 비굴하게 사느니 한번 크게 배짱을 부린 거다.’ 작전세력이 주가조작을 하는 이유다.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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