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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춘의 세금이야기] “왜 모르는 법인 세금을 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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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11-05 22:49:13 수정 : 2013-11-07 15: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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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여동생에게 말했다. “이번에 회사 하나 세워서 사업을 해보려고 해.”

“이번만큼은 성공해야 돼” 여동생은 걱정이 앞섰다. 오빠는 IMF로 사업에 실패한 적이 있었다. 여동생은 오빠를 어릴 때부터 잘 따랐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오빠가 집안의 가장이었다. 여동생은 자신의 집을 담보로 제공하면서까지 오빠의 사업자금을 조달했다. 그러나 결국 오빠의 사업은 실패로 끝났다. 그 사이 여동생도 극한 고통을 겪었다. 자금이 회수되지 않아 경제적 고통을 겪으면서 남편과 가정불화가 발생했고, 게다가 남편마저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홀로 5세, 11세 두 아이를 돌봐야만 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다. 그런데 여동생은 세무서로부터 납부통지서를 받았다. ‘A법인의 2004 사업연도 법인세 체납액을 출자비율에 따른 금액만큼 납부하세요’라는 내용이었다. 여동생은 황당했다. 세무서로 달려갔다. “저는 A법인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세무서 직원은 여동생의 흥분을 진정시키고자 차분하게 설명했다. “2004년 당시 오빠와 함께 각각 40%, 30%씩 A법인 총 발행 주식의 70%를 보유하고 있는 과점주주이므로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했습니다.” 

고성춘 변호사
여동생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저는 A법인의 주식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지금 처음 듣는 소리입니다.” “국세기본법 제39조 제1항에 의하면 법인의 발행 주식 총수의 100분의 50을 초과하는 주식에 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경우는 법인의 세금 체납액에 대해 제2차 납세의무자로서 지분만큼 책임지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억울하신 게 있으면 불복해서 구제를 받으십시오.” 오빠가 회사를 인수하면서 여동생 명의를 일방적으로 도용했던 것이다.

여동생은 허탈했다. 지난 모든 일을 잊고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악착같이 버티고 있는데 알지도 못하는 법인의 세금까지 내라 하니 오빠가 한없이 원망스러웠다. 여동생은 세무서 직원을 붙들고 사정을 해보았다. 돌아오는 답변은 “불복을 하세요”였다. 여동생은 불복청구를 했다.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 진심이 통했는지 다행히도 여동생은 구제받을 수 있었다. “어린 두 아이를 키워야 하는 전업주부이고, 주주로 등재된 기간 아무런 소득이 없는 점, 법인에 실제 근무하지 않았다고 직원들이 진술하는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A법인의 주주로 등재돼 외형상 과점주주에 해당된다 하더라도 명의만 등록된 형식상 주주일 뿐 그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한 실질적 주주이거나 경영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로 보기 어려우므로 처분청이 청구인을 청구외법인의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하고 납부 통지를 한 처분은 잘못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결정문을 받았다.

실제 세정 현실에선 이와 같은 일들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할 가능성만 있어도 제2차 납세의무자 지정은 가능하므로 명의는 함부로 빌려서도 안 되고 빌려줘서도 안 되고 도용해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다.

고성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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