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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광고 불빛, 버스·지하철 안까지 점령… 눈 쉴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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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옥외광고, 기는 규제
대중교통 광고를 포함하는 옥외광고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장치가 발달하고, 뉴미디어 시장이 확대되면서 옥외광고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양적인 팽창 속도도 어마어마하다. 집 밖으로 나가면 골목길이 아닌 이상, 눈에서 광고를 외면하기 힘들다. 전봇대나 건물 벽면에 붙은 전단지와 현수막,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 승강장과 차 안을 비집고 들어온 각종 화면장치들, 카페나 영화관에서 가동되는 자사 홍보 화면 등 사람이 몰리는 곳이면 어김없이 광고가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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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광고는 4차원, 규제는 2차원

지난 3일 오후 서울 시청역에서 탑승해 강남역에서 내리는 동안 지하철 2호선 전동차 안에는 천장에 설치된 화면을 통해 한 카메라 광고가 방영 중이었다. 그 광고가 끝나자마자 같은 카메라 모델의 다른 광고가 이어졌다.

한두 번 모델이 바뀌기는 했지만 다음, 그다음 순서에도 같은 회사의 카메라 광고들만 계속 방영됐다. 지하철은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서울메트로가 운영하고 시민들이 요금을 내고 이용하는 대중교통이다.

그러나 수익에만 치우친 서울시와 광고회사 간 무책임한 계약으로 하루 150여만명에 이르는 지하철 2호선 승객들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매일 1시간 가까이 상업광고에 노출되는 피해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4일 A광고업체에 따르면 A광고업체는 2009년 당시 지하철 2호선 역사(약 1400개)와 전동차(약 6600개)에 총 8000여대의 디스플레이 장비를 기부채납하고 2025년까지 소유 및 운영권을 보장받았다. 계약 내용에는 상업광고와 공익광고의 비율을 6대 4로 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하지만 계약서에는 40%의 공익광고 할당 비율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에 대한 명시 기준이 없었다. 하루를 기준으로 광고회사가 마음대로 할당량만 채우면 되는 식이다.

문제는 이뿐이 아니었다. 계약상 여러 가지 광고가 교대로 등장하는 일반 ‘계좌광고’와 1회 운행을 마칠 때까지 1개 제품 광고만 계속 내보내는 ‘편성광고’를 함께 인정했다.

‘편성’은 지하철 전동차 1대를 이르는 말로 1편성은 보통 10량(칸)으로 구성된다. 실제로 2호선에 운행되는 전체 88편성의 전동차 중 3분의 1이 넘는 30편성에 편성광고가 나가고 있다.

일방적으로 광고회사 측에 유리한 지하철 2호선의 계약조건에 대해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최근 지하철 광고의 수익구조가 악화되다 보니 편성광고 등의 방식을 용인해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A광고회사 측은 계약을 어긴 부분이 없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지하철 벽면에 광고 대신 세계인권선언문이 붙어 있는 독일처럼 외국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며 “광고가 공해로 인식되어 가는 상황에 서울시가 시민들과 광고 게시나 규제에 대한 합의 도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테두리 모호해지는 옥외광고, 본격 팽창 중

4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에는 ‘미디어폴’이 가동 중이었다. 2009년부터 가동을 시작한 미디어폴은 강남대로변 양쪽 760m 구간에 높이 11m의 형태로 총 22대가 들어서 있다.

메인 화면에는 상업광고(30%), 공익광고(20%), 미디어아트 영상(50%)이 방영돼 광고탑으로서의 목적을 수행한다.

또 메인 화면 하단에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연계된 키오스크가 설치돼 뉴스, 날씨, 지리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폐쇄회로(CC)TV도 붙어 있고, 밤에는 가로등 기능도 한다. 본연의 목적은 광고탑이지만 옥외광고물로 봐야 할지, 인터넷광고물로 봐야 할지, 아니면 광고가 아닌 다른 구조물로 봐야 할지 정체성을 규정하기가 힘들다.

지난해 국내 광고 시장에서 옥외광고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9.3%. 전통적으로 전체 광고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4대 광고(신문·방송·잡지·인쇄)의 비중은 2011년 이후 50% 이하로 줄어든 반면에 옥외광고는 뉴미디어광고 등과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최근 다소 주춤하는 듯하지만 옥외광고 시장 내부를 바라보면 매우 역동적인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전통적인 옥외광고의 대표주자였던 빌보드 광고는 2006년까지만 해도 거의 절반을 차지했지만 2007년부터 하락세를 보이더니 2011년에는 4분의 1로 줄었다. 2008년 50%를 갓 넘기며 전성기를 누렸던 교통매체 분야는 승객 증가세가 멈춘 탓에 정체상태다.

◆정부·지자체 규제 손놔

이처럼 넘쳐나는 옥외광고가 공해에 이르지 않게 하기 위한 적절한 규제책이 시급하지만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이렇다 할 관련 법, 조례 개정 등 규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지하철역이나 대형 경기장 등 지방자치단체나 정부가 운영하는 공적인 영역에 대해서도 광고면을 확대해 수익 늘리기에 급급할 뿐, 광고를 수용하는 시민들의 입장은 전혀 배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오히려 서울시는 업체의 수익 보전을 위해 올해 초부터 버스의 광고면을 확대했고, ‘택시 서비스 혁신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택시 외부의 광고면 또한 두 배 가까이 늘리기로 했다.

말이 대중교통이지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달리는 광고’가 될 수 있다. 현재 건물 외부 간판 규제에만 대부분 초점이 맞춰져 있는 옥외광고물법으로는 도저히 손 댈 수 없는 영역들이다.

중앙정부도 규제보다는 진흥에 관심이 쏠려 있다. 안전행정부는 지난 7월 수립한 ‘옥외광고물 종합발전계획’에서 미국 뉴욕의 타임스스퀘어를 모방해 ‘광고물 자유표시구역’을 만드는 등 규제의 대폭 완화를 예고했다.

규제책의 하나인 ‘광고물 정비명령제’는 광고물 설치에 대한 안전규정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안행부 관계자는 “종합발전계획 수립을 위해 의뢰한 용역의 결과는 올해 말에 나올 예정이고, 법 개정까지 가려면 최소한 내년 말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광고학회장을 맡고 있는 이종민 국민대 교수는 “향후 옥외광고물에 대한 정부의 방향은 새로운 분야를 진흥시키는 것과 건전히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하는 투트랙 방식을 취해야 한다”며 “사적인 영역은 아직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공공 영역만은 광고의 공공성 제고에 대한 의견이 충분히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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