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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스펙 안 본다는데…취업준비생들 여전히 '올인'

입력 : 2013-08-30 19:20:11 수정 : 2013-08-31 09:4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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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도전정신·열정 강조 불구
취준생들 “자격증 없으면 불안”
사법시험을 준비하다 기업체 취업으로 방향을 튼 박모(29)씨는 영어 말하기 자격증이 있는데도 토익(TOEIC)시험을 볼 예정이다. 자격증 하나만 가지고는 불안하다는 생각에서다. 박씨는 “영어 말하기와 토익 학원을 동시에 다니고 있다”며 “토익 점수가 900점을 넘을 때까지 한두 번 더 시험을 치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학점, 영어, 봉사활동 등 이른바 ‘스펙’을 벗어난 입사전형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지만 취업준비생들은 여전히 스펙 쌓기에 ‘올인’하고 있다. 이는 “내년부터 공공기관 신입사원 선발 때 스펙 위주의 서류전형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정부 정책과도 상반된다.

30일 한국토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토익시험 응시 인원은 117만305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6만7322명)에 비해 6000명가량 늘었다. 공공기관 등 채용과정에서 스펙의 비중이 줄고 있는데도 스펙의 ‘대표격’인 토익 응시자는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취업준비생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여전히 ‘스펙 평가 부탁드립니다’, ‘1년간 변화한 스펙입니다. 조언 부탁드립니다’라는 등 ‘스펙쌓기’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 글이 빼곡하다.

800점이 넘는 토익점수와 한자, 컴퓨터 자격증을 지닌 한 취업준비생은 “인적성 검사는 통과했는데 면접에서 떨어졌다”며 “스펙문제는 아니겠죠?”라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스펙에 대한 취업준비생들의 ‘집착’은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5월 취업준비생 815명에게 ‘스펙이 취업에 영향을 주는가’라고 물었더니 97.5%가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기업들은 그러나 이들과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전경련이 이달 초 주요 대기업 18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입사원 선발에서 가장 중시하는 부분은 ‘도전정신, 열정(46.1%)’이었다. 대부분의 취업준비생들이 매달리고 있는 스펙은 가장 낮은 1.1%에 그쳤다.

기업들의 이 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취업준비생들은 “탈스펙 전형과 상관없이 스펙쌓기를 계속하겠다”는 반응이다.

조모(25)씨는 “서류전형을 없애도 나중에는 스펙을 보지 않겠느냐”며 “스펙을 안 본다는 것은 어불성설 같다”고 말했다. 손모(24·여)씨는 “나와 친구들 모두 스펙을 따지지 않는다는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스펙을 쌓아 가고 있다”며 “설사 스펙에 상관없이 사원을 뽑더라도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질지 의문이 든다”고 토로했다. 어학연수를 다녀온 손씨는 각종 공모전 수상 경험이 있으며 현재 토익을 공부하고 있다.

신은종 단국대 교수(경영학)는 “취업시장에서는 아직 탈스펙 분위기를 체감할 수 없고, 스펙쌓기에 익숙해진 취업준비생들이 ‘너를 보여줘’라는 기업들의 요구에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불안감을 느껴 여전히 스펙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며 “기업들이 채용전형에서 과감한 파격을 보여주고, 취업준비생들은 원하는 직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바탕이 된 취업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현태·김선영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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