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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감시자들’ 설경구 “세련된 영화, 나도 찍고 싶었다”

입력 : 2013-07-06 15:04:31 수정 : 2013-07-06 15: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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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좋은 평(評) 들어본 것 같아요. 제겐 정말 뜨문뜨문 있는 일이잖아요?(웃음) ‘감시자들’에 대한 평은 나쁘지 않으니까 일단 반(半)은 성공한 거라고 봐요.”

배우 설경구(45)가 지난 연말 개봉한 ‘타워’ 이후 약 6개월 만에 새 작품 ‘감시자들’(감독 조의석/김병서, 제작 영화사 집, 배급 NEW)을 들고 관객들을 찾아왔다. 이번엔 경찰 감시반장인 황반장 역할이다.

지난 3일 개봉한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평과 반응이 결코 나쁘지 않다. 4일에는 평일임에도 전국 21만명의 관객 동원에 성공, 설경구를 비롯한 정우성 한효주 등 배우들의 저력을 보여줬다. 개봉 당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설경구를 만났다. 흥행에 대한 예측은 어렵다면서도 조금은 기대하는 눈치였다.

“예전에는 아무리 전문가라고 해도 영화평을 잘 안 믿는 편이었죠. 그런데 요즘은 스마트폰이 발달돼 있어서 극장가기 전 리뷰나 정보 등을 검색하고 가는 관객들이 꽤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관심을 갖게 됐어요. ‘감시자들’은 고맙게도 좋은 평이 80% 이상은 되는 것 같아 정말 기분이 좋아요.”

‘감시자들’ 시사회와 무대인사가 있을 때마다 설경구는 “별 것도 아닌데, 계속 보게 만드는 힘이 있는 영화”라고 소개하고는 했다. 국내 최초로 경찰청 소속 감시반 대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카메라에 담았다는 점은 신선하나, 그 외 상황이나 내용들은 다른 영화들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점이 배우 설경구의 마음을 흔든 걸까.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얘기잖아요? 한 마디로 경찰이 금고털이범을 쫓는 얘기예요. ‘감시에서 시작해 감시로 끝난다’는 극 중 대사가 있는데, 생각 좀 해보세요. 영화가 감시만 하다 끝나면 얼마나 재미없고 지루하겠어요? 시나리오 읽기 전에는 저도 그런 의문을 갖고 있었지만, 다 읽고 난 후에는 이야기가 알차고 뭔가 새롭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저보다 먼저 (정)우성이가 출연결정을 했다는 얘기를 듣고 ‘쟤가 출연하면 세련된 영화겠다’란 생각도 했죠. 저도 이제 후줄근한 거 말고, 세련된 거 한 편 할 때가 됐잖아요?(웃음)”

‘감시자들’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출신인 조의석·김병서 감독이 공동연출을 맡은 영화로 제작 전부터 많은 관계자들의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배우 입장에서는 기대보다는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는 건 아닐까’ 걱정이 들었을 법도 했다. 이에 설경구는 “영화사 집 이유진 대표가 참 머리 잘 썼지”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철저한 계산 아래 만들어진 영화에요. 장면 하나하나에 뜻이 있고 감독의 의도가 숨어 있어요. 조의석, 김병서 감독이 얼마나 대화를 많이 나눴을지 짐작이 가죠. 저와 한효주, 정우성 외에도 이준호, 진경 등 모든 배우들이 작품 속에서 ‘제기능’을 하고 있어요. 하나하나 미리 계산하고 의도하지 않았다면 힘든 일이고, 제작사 이유진 대표는 두 감독의 장기와 특성을 모두 꿰뚫고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그의 ‘분량’은 많지가 않았다. 제작진이 한국영화계에서 ‘연기파’ 혹은 ‘1000만 배우’로 손꼽히는 배우에게 너무 박했던 건 아닌지, 설경구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누구나 아쉬워할 만하다.

“분량이야 영화에 따라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있는 거지 별로 신경 안 써요. 이 영화는 하윤주(한효주 분)의 성장 이야기예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정우성과 내가 효주를 잘 받쳐줘야겠다는 생각밖엔 안했어요. 그거 욕심내서 뭐하게요? 촬영하면서도 효주의 능력에 감탄했고, 앞으로 더 성장하는 여배우가 되겠다고 생각했죠. 그게 다예요.”

이번 영화가 그에게 좀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 건, 마지막 철길신을 촬영할 때였다. 지하철이긴 하지만 기나긴 철로를 본 순간, 그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만들어준 영화 ‘박하사탕’(감독 이창동·1999)이 떠올랐다. 영화가 개봉하면 ‘박하사탕’ 이야기도 나올 거라 이미 예상한 터였다.

“촬영 당시 분위기는 그게 아니었는데, 저 혼자 ‘박하사탕’ 생각을 했어요. 그 영화가 나온 지 벌써 14년이 흘렀는데, ‘그땐 참 너무 괴롭게 영화 찍었는데’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땐 카메라가 어떻게 서 있는 건지도 몰랐을 때였어요. 감정 소비가 많은 영화라 힘들었고, 영화배우로서는 신인인데 어디 마음 둘 곳도 마땅히 없어 괴로웠죠. ‘지금은 많이 (영화판이) 익숙해졌구나’ 등등 많은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어요.”

그는 ‘박하사탕’과 ‘오아시스’(2002) 등을 찍었던 배우 초창기를 심리적인 부담감은 심했지만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라고 회상했다. 뭐든 서툴었지만 가슴 속에 순수한 열정을 품고 있었던 시절이었다.

“하하, 그렇다고 돌아가고 싶은 건 아니에요. 다시 고생 시작해서 뭐하겠어요.(웃음) 그래도 그때는 지금보다 더 에너지 넘치고 젊었다는 거죠. 가끔 팬들이 그때처럼 작가주의나 예술영화에 참여해볼 생각 없냐고 물으시는데, 저도 그러고 싶어요. 예술영화나 상업영화나 다 장단점이 있는 거고, 한동안 상업영화만 주로 했으니 이젠 다시 순수영화로 돌아가고 싶기도 해요. 저 역시 기회를 노리고 있고, 조만간 곧 좋은 영화로 찾아뵙고 싶어요.”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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