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소기업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가진 질 좋은 제품이라면 유럽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습니다.”
코트라 주최로 지난 12일부터 이틀간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유럽 비즈니스 위크(Europe Business Week) 2013’에 초청돼 ‘중소기업의 유럽진출’에 대한 주제강연을 한 독일 하누리(www.hanuri.eu) 김소진(44·사진) 대표는 “중소기업 제품이라 해서 유럽 수출길이 막혀있는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번에 유럽의 대표적인 홈쇼핑 채널인 QVC의 바이어 자격으로 방한했다. 독일 QVC는 방송권역이 독일 전역은 물론, 오스트리아와 스위스에 걸쳐있는 유럽 2위 규모의 홈쇼핑채널이다.
그가 독일에서 무역업을 시작한 것은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에서 유치원교사이자 주부로 살던 그는 두 아들의 교육문제를 걱정하다 독일로 이민을 떠나게 됐다. 온천 여행지로 잘 알려진 비스바덴에서 한국식품점을 하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한국에서 가져간 뱃살을 감소시켜주는데 효과가 있다는 ‘마그네틱 훌라후프’를 홈쇼핑에 판매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유럽에도 훌라후프는 많이 있었지만 뱃살을 자극하는 마그네틱 제품은 없었어요. 입점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QVC를 찾아갔는데, 마침 담당PD가 같은 여자여서인지 말이 쉽게 통했죠.”
스포츠용품으로 QVC와 거래를 시작한 김 대표는 "우리에게는 있지만, 독일에는 없으면서 생활하는데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다 집에 있던 빨래건조대에 시선이 머물렀다.
“좁은 아파트 발코니에서 빨래를 말리는데 필요한 사각형 모양의 단순하면서도 튼튼한 빨래건조기를 생각해내고 흥분된 마음에 몇 날을 뜬눈으로 지새웠지요.”
유럽 주부들에게 꼭 필요한 제품이라는 생각에 담당 PD를 만나 설득한 끝에 입점에 성공했다. 하지만, 홈쇼핑채널에 소개된다고 해서 곧바로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제품이 방송에 소개된 지 불과 4분 만에 주문이 전혀 없는데다 현지인에겐 생소한 제품이라는 이유로 중단됐습니다.”
첫 방송에서 신고식을 톡톡히 치렀지만 한국산 빨래건조기는 유럽에 소개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두세 차례 방송이 이어지면서 점차 주문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일 년 정도 꾸준히 방송을 타면서 급기야 인기상품으로 등극했다.
“지난해에는 하루 동안 스팟방송을 하기로 했는데 오후 2시까지 애초 계획했던 1만 개를 팔아 치운 겁니다. 줄잡아 지금까지 5만 개의 건조대를 독일에서 팔았습니다.”
김 대표는 빨래건조대에 그치지 않고 한국 생활용품 가운데 독특한 아이디어를 가진 제품을 팔아볼 생각이다. 오는 8월에는 음식물 부패를 막아주는 ‘핸디형 진공기’를 QVC에 런칭하기로 했다.
“이번 방한 기간 동안 바퀴 달린 가방과 대기전력을 차단하면서도 편리성을 높인 전기멀티텝 등을 찾아냈다”는 그는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한국의 중소기업 제품을 유럽 소비자에게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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