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의 전말은 이렇다. 남양유업 영업사원은 대리점 주인에게 “죽기 싫으면 물건을 받으라고요. 물건이 못 들어간다는 그따위 소리 말고”라며 윽박질렀다. “물건을 받고 버리든가, 망해 그러면. 망하라고요. 망해 이 ×××”라며 반말에 욕설까지 했다. 30대의 영업사원이 50대 대리점 주인에게 한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협박성 폭언이다.
남양유업 사태에는 힘 있는 갑이 힘없는 을을 처참한 지경으로 내모는 ‘비뚤어진 갑을 문화’의 단면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얼마 전 대기업의 한 임원이 항공사 승무원에게 행패를 부린 일과 제빵회사 회장이 호텔 직원의 뺨을 지갑으로 후려친 일도 똑같은 갑의 횡포다.
남양유업에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우유업종뿐 아니라 잘 팔리는 소비재라면 제조사와 대리점 관계는 극단적인 갑을 관계를 맺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관계를 이용해 재고를 떠넘기고, 시장을 확장하기도 한다. 시민이 이 사건에 공분하는 이유는 힘없는 대리점 주인과 자영업자를 희생양 삼아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불공정한 상도가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공생’의 사회적 책임을 제쳐둔 채 갑의 횡포를 통해 내 배만 불리겠다면 그 기업은 성장할 수 없다.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인 일그러진 갑을 문화는 반드시 청산돼야 한다. 남양유업 사건부터 철저히 수사, 책임을 물어야 한다. 기업들도 스스로 갑의 횡포를 점검하고, 자정운동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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