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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대석] 美 NGO 북한인권위원회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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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12-18 23:30:26 수정 : 2012-12-18 23:3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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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새정부, 北 열악한 인권상황 대북정책에 포함시켜야”
미국 워싱턴에 있는 북한인권위원회(HRNK)는 북한 인권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비정부기구(NGO)다. 루마니아 태생의 그레그 스칼라튜가 지난해 11월부터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1989년 옛 소련과 동구권이 붕괴할 당시 루마니아 국립대학의 1학년생이었다. 당시 책과 자료를 통해 접한 한국에 대한 관심이 그를 북한 인권운동의 길로 이끌었다. 한국 유학 등을 통해 차우셰스쿠 독재정권의 루마니아와 북한이 너무나도 닮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는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새로 출범할 한국의 새 정부가 북한 정책을 재설정할 때 인권상황에 대한 우려를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전체 주민을 8, 9개월 먹일 수 있는 비용을 들여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얀마는 군사 정권도 평화롭게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 확실한 사례다. 북한은 미얀마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 북한이 어려운 경제 상황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국제사회에 동참해 양자·다자 지원을 받는 것뿐이다. 북한은 민생을 돌보지 않고 엄청난 자원을 핵 및 미사일 개발과 군대에 쏟아붓고 있다. 북한이 진정으로 의미 있는 장기 개발프로젝트를 시작하려면 장거리 미사일 개발과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군사비를 대폭 줄여야 한다.”

―북한이 미사일을 쏜 이유가 뭐라고 보는가.

“기술적으로 장거리 미사일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번 발사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첫 업적이다. 그의 기반을 확고하게 할 의도도 있다고 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통치 기간에 주민은 헐벗고 굶주렸지만, 핵 프로그램은 그의 유일한 유업이다. 마지막으로 핵 프로그램과 함께 장거리 미사일 프로그램을 통해 서방세계에 ‘너희가 원하는 대로가 아니라 우리식으로 협상하자’는 메시지를 보내는 의도도 있다고 본다.”

―국제사회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가.

“이란식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 김정은 제1위원장 정권에 달러를 벌어다 주고 송금하는 기구를 겨냥해 와해시켜야 한다. 이미 취해진 조치가 있지만 이행이 중요하다. 중국이야말로 북한을 효과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국가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한 변화를 평가한다면.

“변화가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한다. 북한 선전기관들은 새 지도자를 우상화하는 노력만 했다. 김정은 우상화 작업에 일정 수준의 호감도가 들어 있는 것 같다. 김정일보다 더욱 자주 공개석상에 나타나 주민과 만나고 부인 리설주와 TV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좋은 사례다. 서방 언론은 북한 선전기관이 만든 ‘유명인 커플’ 우상화에 관심을 가지는 것 같은데, 북한이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가 결코 아니다. 평양 시내에서 건설공사가 어느 정도 있었지만 외곽으로 나가면 상황은 끔찍하다. 지방 주민은 환경이 열악하고 비료 및 장비, 기계 등 모든 게 부족하다. 북한의 공업시설은 동유럽 공장보다 훨씬 낡고 노후했다. 최근 보도와 달리 실질적인 경제 개혁 징후가 없다. 우리는 좀 더 소비 여력이 있는 북한 특권층만 보고 있다는 스티븐 해거드 캘리포니아대 교수의 언급 그대로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 북한 인권 상황을 평가한다면.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더 나빠진 것 같다. 북한 정치 수용소에 여전히 15만∼20만명이 감금돼 있는데 연좌제에 의해 종종 3대가 수용돼 있다. 중국 쪽에는 더 많은 감시카메라가 설치되고 북한 쪽에서는 국경 순찰이 강화되는 등 국경 경비가 더욱 강화됐다.”

―김정은 체제 이후 많은 이가 숙청됐다. 북한 정치범 실태는 어떤가.

“2009년 초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이 사형되는 등 숙청은 김정은이 권력을 잡기 이전부터 시작됐다. 지난 7월 리영호 전 총참모장의 숙청은 예상치 못한 조치다. 많은 사람이 그를 김정은의 멘토로 봤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졸업한 뒤 얼마 동안 리영호 아래에 있은 적도 있다. 리영호를 해임한 바로 다음날 김정은 자신이 원수 칭호를 받았는데, 북한 기준으로 보더라도 성급한 조치였다. 김정은 권력을 강화하고 주변을 측근 세력으로 둘러싸기 위한 조치이지만 동시에 그의 지도력을 심각하게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김정은은 그의 정통성을 확립하고 권력기반을 안정시키기 위해 장거리 미사일 발사 성공과 같은 성과가 필요했을 것이다.”

―한국 이명박 정부와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 인권상황을 자주 지적했는데.

“아주 긍정적인 조치로 평가한다. 그러나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앞으로 양자 간 대북 대화를 할 때 인권 문제에 대한 우려를 핵과 미사일 수준으로 높여 제기해야 한다. 다행히 차기 한국 정부도 북한 인권 문제에서 오바마 행정부와 계속 뜻을 같이할 것으로 본다.”

―북한의 폐쇄성으로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 노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 않나.

“특별히 중국이 나서도록 해야 한다. 자국 이미지가 북한 인권으로 심각히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중국에 인식시켜야 한다. 중국은 1980년대 비준한 1951년 유엔난민 협약을 무시한 채 계속 탈북자를 북한으로 강제송환하고 있다. 중국은 국제 이미지를 우려하기 때문에 국제 NGO들이 중국을 설득해 탈북자 보호에 협력하고 김정은 정권이 인권 상황을 개선하도록 압력을 넣게 해야 한다. 북한이 유엔인권이사회 인권정례검토(UPR)에 필요한 보고 의무를 재개하도록 하는 게 우선 중요하다. 또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권위를 인정하고 보고관과 유엔인권고등판무관의 북한 내 활동을 허용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식량 등 인도적 물품 지원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인도적 지원을 고려한다면 책임있고 적절한 모니터링을 수용할 의사를 전제조건으로 해야 한다. 식량 지원이 필요한 주민에게 제공되고 전용되지 않도록 하는 게 필수적이다. 한 가지 기억할 것은 식량 지원이 바로 군사용으로 전용되지 않더라도 현금화해서 미사일이나 핵 개발에 쓰일 수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 말 상당한 양의 해외원조가 있었지만 북한 정권은 동시에 많은 돈을 써버리면서 미그 전투기를 중앙아시아에서 구입하고 있었다.”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중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안은.

“앞서 말한 것처럼 1951년 국제난민협약 등을 이행할 의무가 있음을 중국이 인식하게 해야 한다. 북한 인권은 중국 문제이기도 하다는 여론이 국제사회에 형성돼야 한다. 가령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제출하는 보고서에서 중국을 직접 거론하는 것이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인권위원회는 어떤 활동을 하는 단체인가.

“우리는 지난 11년간 북한 인권에 관한 주요 현안을 담은 주요 보고서를 14차례 발간했다. 북한의 강제노동수용소, 사회적 차별인 성분시스템,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 탈북과정의 인신매매 등이 다뤄졌다. 우리 임무는 북한 정권이 저지르는 인권 유린 실상을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중, 미디어에 알리는 것이다. 국제 유대인 인권보호기구인 ‘사이먼 위젠털 센터’ 등 뜻을 같이하는 단체와 공동으로 콘퍼런스나 세미나를 열고 있다.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유일한 초당파 연구기관이다 보니 전문적인 분석과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 의회가 북한 인권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청문회를 열 때 항상 우리가 증언에 참석한다.”

―새로 출범할 한국 정부에 바라는 점은.

“‘글로벌 코리아’는 정치적 구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한국의 운명이다. 한국이 필연적인 그 운명에 맞춰 행동하는 게 진정한 리더십을 보이는 길이다. 한국은 대북정책을 재설정할 때 글로벌 리더답게 국제 기준에 맞춰 북한 내 인권상황에 대한 우려를 대북 정책에 포함시켜야 한다. 국제사회도 남한 내 탈북 정착자 2만5000명의 상당수 증언을 통해 북한의 심각한 인권 실태를 깨닫고 있다. 한국은 도덕적, 윤리적, 법적 의무를 계속 준수해 북한의 정치억압 구조를 깨뜨리고 그 사악한 탄압에서 탈출한 탈북자를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대담=박희준 워싱턴특파원 july1st@segye.com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 프로필

●루마니아 출생(42) ●루마니아 부쿠레슈티대 영문학·서울대 외교학과 ●국제과학기술연구소(ISDI) 연구원 ●한미경제연구소(KEI) 국제사업담당국장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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