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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상처받은 내면을 바로 눈앞서 지켜보는 듯

입력 : 2012-10-26 22:32:22 수정 : 2012-10-26 22:3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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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새 소설 ‘노랑무늬영원’… 중단편 7편 실려 소설가 한강(42)씨의 새 소설집 ‘노랑무늬영원’(문학과지성사)에 실린 7편의 중·단편은 큰따옴표가 하나도 없다.

모든 등장인물이 내뱉는 말은 작가가 서술하는 대목과 그냥 섞여 있어 얼핏 구분이 안 된다. 무슨 의도인지 작가에게 물었다.

“말이 따옴표 속에 들어가면 현실적 상황으로 보이는 반면 따옴표를 빼면 내면의 목소리, 침묵에서 나오는 목소리처럼 들리죠. 어쩌다 보니 이번 소설집에는 따옴표를 안 쓴 작품만 모였네요.”

한씨 말대로 ‘노랑무늬영원’의 수록작들은 인간의 상처받은 내면을 바로 눈앞에서 지켜보는 것 같은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상처를 치유하고 마침내 회복에 이르는 주인공에겐 응원을 보내고 싶다. 반면 상처가 점점 커지다가 끝내 파국을 맞는 주인공을 보면 슬퍼진다.

표제작 ‘노랑무늬영원’은 회복의 메시지를 전한다. 주인공 ‘현영’은 운전 도중 도로에 뛰어든 개를 피하려다 교통사고를 낸다. 

한강씨는 원로 소설가 한승원(73)씨의 딸이다. 한씨는 “아버지와 만나도 문학 얘기는 하지 않는다. 보통의 가족이 나누는 그런 대화를 한다”며 웃었다.
문학과지성사 제공
후유증으로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없게 된 그는 화가라는 직업도, 남편의 사랑도 잃을 처지에 놓인다.

절망에 빠진 현영은 우연히 친구 집에서 애들이 기르는 도마뱀을 본다. 사고로 잘려나간 도마뱀의 앞발에 비록 작지만 새 발이 돋아나고 있었다. 얼마 뒤 현영은 손가락으로 붓을 잡는 대신 손바닥 전체에 물감을 묻힌다.

“미술 작품에 관심이 많아요. 전시회나 관련 책을 자주 접하니까 미술이 소설에도 영향을 미치더라고요. 제가 하고 싶은 얘기가 글쓰기에 관한 것이면 그림 그리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곤 하죠. 글쓰기에 따르는 고민을 미술행위의 그것으로 바꾸는 겁니다.”

‘왼손’은 상처를 입고 결국 회복하지 못한 사내의 슬픈 이야기다. 착실한 은행원 ‘성진’은 왼손이 자기 의지와 달리 엉뚱하게 움직이는 병에 걸린다.

그의 왼손은 저도 모르게 직장 상사의 얼굴을 때리는가 하면 옛 여자친구의 몸을 더듬는다. 왼손 탓에 회사에서 해고당한 성진은 오른손에 칼을 들고 왼손을 자르려 하지만 왼손은 순순히 당하지 않는다. 왼손은 ‘수컷’의 욕구나 본능을 상징하는 걸까.

“왼손은 욕망이나 본능 외에 슬픔도 뜻해요. 소설 도입부에 주인공이 왼손으로 얼굴의 상처를 쓰다듬는 장면이 있어요. 맨 마지막에는 눈물이 흐르는 눈가를 왼손으로 어루만지죠. 왼손은 억누르고 있던 인간의 본심이랄까, 아무튼 쓸쓸한 손이에요.”

이번 소설집은 2000년 ‘내 여자의 열매’(창비) 이후 12년 만에 낸 것이다. 장편소설은 2011년 출간한 ‘희랍어 시간’(문학동네)이 최신작이다.

한씨는 “지난 10년간 주로 ‘회복’에 관한 작품을 쓴 것처럼 지금도 회복하는 사람, 인간의 회복을 주제로 한 장편을 집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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