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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입수!"… 군대식 기업문화 '요지부동'

신입연수 구태 여전
창의적 기업 말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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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10-18 23:39:30      수정 : 2012-10-18 23:39:30
“똑바로 서십시오. 여러분은 이 순간부터 다시 태어납니다. 전원 입수!” 올해 초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입사한 최모(27)씨는 신입사원 연수를 받으며 난생 처음 겨울바다에 뛰어들어야 했다. 군대에서도 못해 본 경험이었다. 최씨는 연수기간 동안 배낭을 메고 40㎞ 행군도 했다. 최씨는 “기업 문화를 선도한다는 대기업이 이런 정도이니 다른 곳은 더할 것”이라며 “애사심이 생기기보다 사내 생활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고민이 커졌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신입사원 연수과정에서 강압적·획일적인 군대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창의적 인재 육성, 글로벌 기업 성장’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신입사원에게 협동심과 도전정신을 키워준다는 애초 취지와 달리 권위적인 기업 문화를 주입시킨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30대 기업 중 하반기 공채를 준비 중인 대부분의 기업이 ‘군대식 합숙훈련’을 계획하고 있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올해도 신입직원을 대상으로 겨울산 행군 등 극기훈련 프로그램을 적용할 계획”이라면서 “조직문화를 단기간에 주입하고, 대학생 시절의 느슨한 자세를 고치는 데는 이만한 프로그램이 없다”고 자랑했다.

합숙기간 중에는 아침구보와 행군, 팔벌려뛰기, 팔굽혀펴기 등 강도 높은 활동이 이어진다. 징벌적 성격의 얼차려도 빈번히 이뤄진다. ‘창업주 일대기 암기’와 같은 프로그램도 있다.

대기업 직원 최모(33)씨는 “합숙을 핑계로 아침 6시부터 12시간 동안 사실상 ‘유격훈련’을 받았다”면서 “저녁에는 창업주 인생사를 담은 동영상을 틀어줬는데, 잠자는 신입직원이 있는지 카메라로 감시한다는 소문까지 돌았다”고 말했다.

다양성보다 획일성, 개인보다 조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 같은 교육은 권위주의적 사내 문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유능한 젊은이들이 기업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회사를 일찍 떠나거나, 자신의 재능을 살리지 못한 채 평범한 회사원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 8월 대기업에 입사한 백모(26·여)씨는 신입사원 그룹연수에서 2주간 합숙생활을 했다.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4∼5년차 선배들의 지시에 따라 1시간 동안 아침구보와 팔벌려뛰기 수백 개를 했다. 30㎞가 넘는 행군도 빠지지 않았다. 신입사원 교육은 오후 10시까지 이어졌다. 선배들에게 인사를 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명 ‘투명의자’라고 하는 기합부터 팔굽혀펴기, 엎드려뻗쳐 등 얼차려를 받기도 했다. 백씨는 “바람직한 기업 문화, 비즈니스 매너, 글로벌 문화에 대한 교육이 군대식 연수와 동시에 진행되는 자체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한 대형금융사 인사팀 관계자는 “업무 실수를 줄이기 위해 신입사원들에게 정신무장을 강조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유능한 인재들이 새로운 기업 문화를 만들어가도록 신입사원 교육 프로그램도 변화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서강대 노부호 교수(경영학과)는 “글로벌기업을 지향한다는 국내 기업들이 권위적이고 획일적인 것을 강조하는 것을 보면 기업문화가 여전히 후진적”이라며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기업 문화로 변화시키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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