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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의 색안경 벗고 본 고대 동북아

입력 : 2012-04-06 17:14:42 수정 : 2012-04-06 17: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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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기 백제와 일본은 형제국
나당 연합국에 패배한 백제
유민 10만여명 일본에 정착
부산·양산역사교사모임 지음/너머북스/416쪽/2만1000원
일본고대사여행 - 동아시아인의 길을 따라/부산·양산역사교사모임 지음/너머북스/416쪽/2만1000원


서기 663년 8월 백강(금강) 입구 모래톱. 일본군이 전함 1000여척과 병력 2만7000명을, 백제부흥군이 1만5000명을 휘몰아 집결했다. 백제부흥군을 이끄는 이는 백제왕자 부여풍이었다. 전함 170여척을 몰고 온 당군과 신라군은 숫적으로 열세였다. 그 유명한 백강전투를 가리킨다. 4번의 전투는 모두 나당연합군 대승으로 막을 내린다. 군세가 월등한데도 일본·백제 연합군은 전선 400여 척을 잃고 대패한다. 역사학자들은 지형지물에 어둡고 전투에 미숙했던 일본군과 백제 진영 내분 때문에 패배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 결과 백제 부흥의 불씨는 완전히 꺼졌고, 5년 후 고구려의 멸망을 초래한다.

일본 곳곳을 누비며 쓴 이 책에서 현직 역사 교사들은 “이 전투는 단지 일본이 천황의 어머니 나라 백제를 도운 게 아니라 당시로선 대병력이 동원된 동아시아 국제전이었으며, 동아시아 문화가 한데 섞여지는 거대한 문명 교류의 현장이었다”고 풀이한다. 일본의 관변 학자들은 일본 쪽 시각에서 이 사건을 본다. 일본과 당이 동아시아 세력권을 놓고 쟁패하는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다분히 일본의 제국주의를 키우려는 의도다. 한국 학자들은 일본 천황과 인척관계인 백제를 돕고, 나당연합군의 일본 침략에 대비한 급박한 방책이었다고 풀이한다. 일본이 대군을 동원한 배경이다.

저자들은 “두 입장 모두 민족주의적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인다”면서 “일본의 백강전투 참여는 당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역학에 일본이 깊숙이 개입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들은 가급적 내 나라 내 민족이라는 민족주의 색안경을 벗고, 있는 그대로의 고대 동북아사를 들여다보고자 했다.

고대 시절 한국과 일본은 알려진 것보다는 훨씬 깊숙이 교류했음이 드러난다. 백제와 일본은 동맹국 이상이었다. 예컨대 백강전투 직후 패배한 일본군과 백제 유민 10만여 명이 함께 일본으로 건너간 것은 형제국이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백제 유민들은 후쿠오카와 오사카, 나라 등지에 퍼져 정착했으며 당시 야마토 정권(나라)은 관작까지 내렸다는 일본서기의 기록이 있다. 이들 한반도 도래인은 고대 일본과 활발하게 교류했고, 그 결과 많은 유물과 유적을 만들어 냈다.

영화 황산벌의 한 장면.
교토 서북쪽의 우즈마사 지역의 고류사에 있는 목조미륵반가사유상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금동미륵반가사유상과 꼭 닮았다. 불상 제재도 고대 한국에서만 자생하던 적송(赤松)이어서 한반도에서 건너간 불상으로 보인다. 오사카부의 시내버스 정류장과 철도역 명칭은 아예 백제로 돼 있다. 도쿄 인근에는 ‘고마’라는 동네가 있는데 고구려 유민들의 집단거주지로 전해진다.

저자들은 “도래인들을 한국인이나 일본인으로 한정해서 보는 것을 지양하자”고 주장한다. 배타적 민족주의와 국수주의의 프레임을 걷어내자는 것이다. 도래인은 대륙과 한반도의 정치 변동이나 기타 요인으로 삶의 터전을 떠나 낯선 지역에 정착한 디아스포라 행렬이라고 규정한다. 이들을 이주와 문화 전파를 통해 동아시아 문화 형성을 기초했던 ‘동아시아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발품을 팔아 교토· 나라 등 유서 깊은 도시를 찾아다니며 일본 종교·예술의 뿌리를 더듬는다. “도래인이란 존재가 한반도에서 건너간 이들이기에 더욱 관심이 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나, 혈통만으로 새로운 땅에서 만들어간 그들의 역사를 한국사에 통합하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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