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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성이야말로 예술의 제1 덕목…관객이 스스로 생각하게 이끌어 줘”

입력 : 2012-01-16 20:25:12 수정 : 2012-01-16 20: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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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야외전 ‘아트폴리’에 초대된 건축가 김찬중씨 건축가가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의 주인공이 됐다. 국립현대미술관 야외전시프로젝트 ‘아트폴리’에 건축가 김찬중(43)이 초대됐다.

그는 FRP 큐브의 각 면을 조금씩 다르게 곡면으로 절개한 조각들을 쌓아 올린 작품을 서울대공원 입구에 세웠다. 미술관 입구까지 이어지는 길엔 6월까지 큐브조각들이 점점이 놓인다. 곡면에 걸터 앉으면 야외 벤치가 된다. 

서울대공원 입구에 세워진 자신의 작품 앞에 선 김찬중 건축가. 그의 작업은 신의 선이라 할 수 있는 곡선과 인간의 선이라 할 수 있는 직선의 조화로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가우디 건축을 보는 듯하다.
“세포 분열 같은 모습이지요. 자연스럽게 대공원 입장객들에게 미술관의 존재감을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작품의 바닥에 설치된 LED에선 미술관 전시정보가 투사되고, 다양한 패턴의 색채 조명이 연출된다.

헐렁한 틈새가 또 하나의 작품을 형성한다. 외부로 열린 창 구실을 해, 주변의 다채로운 풍경을 포착하게 해준다. 건축은 기본적으로 실내공간의 연출이다. 고딕건축은 높은 층고를 통해 공간감을 연출했다. “이번 설치작품은 일반 건축물과 달리 사이즈가 매우 작아 창(틈)을 통한 외부와의 관계성을 통해 공간성을 확보하려 했습니다. 건축물의 육중한 질감은 창 벽의 깊이에서 나오는데, 큐빅의 두꺼운 두께로 효과를 대신했습니다.” 어쨌건 그는 건축적 요소를 충실히 따른 것이다.

외형적으로 조형물 작가의 작품과 차이가 없다. 건축과 예술의 경계 넘나들기로 받아들여진다. “일반적으로 건축가는 건축주의 제약 조건에 따를 수밖에 없는 작업을 한다면 조형물 작가는 나름의 심미적 영감에 보다 충실한다고 볼 수 있어요.” 그는 “건축가에게도 미술관 작업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의 키워드는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친밀한 형태와 위트’다. 재료 자체도 FRP큐브로 대중에 친밀하다.

“디자인의 주안점은 단 몇 초라도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입니다. 모호성이야말로 사람들을 잠시라도 사고할 수 있게 하는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그는 모호한 형상으로 시각적 형태 결정을 작가가 아닌 대중에게 맡긴 것이다.

“어떤 이는 치즈나 스펀지로 연상할 수 있고, 때론 쓰다 남은 지우개 등 3차원 패턴으로 인지할 수도 있습니다. 각가자 원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게끔 유도하는 것이 모든 창의적인 예술활동의 제1덕목입니다.”

하버드 건축디자인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현재 경희대 건축대학원 교수이자 시스템랩 대표를 맡고 있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건축전문 큐레이터인 정다영 학예연구사가 기획했다. (02)2188-6072

편완식 선임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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