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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권고·의견' 결과 분석
현정부 수용율 38%로 ‘뚝’… 52건은 관계기관 ‘검토중’
광주 인화특수학교 법인 임원진 해임, 피해학생 치유 프로그램 시행, 수화통역사 자격증 보유 교사 확충….

지난 9월 영화 ‘도가니’ 상영 이후 국민적 분노 속에 광주 인화학교 장애아 성폭행 사건 재조사에 나선 정부의 후속 조치가 아니다. 5년 전인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을 4개월여 조사한 뒤 정부 기관에 권고한 내용이다. 이 권고만 제대로 이행됐더라도 ‘도가니’ 후폭풍이 그리 거세진 않았을 것이다.

정부 내에서 인권위 정책권고와 의견표명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현 정부가 출범한 2008년 이후 권고 또는 의견표명 2건 중 1건은 아직까지도 관련 기관에서 ‘검토 중’ 사안이다. 우리 사회의 인권지수를 높이기 위한 인권위의 역할이 유명무실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계인권의 날’(10일)에 즈음해 세계일보가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인권위 정책권고 및 의견표명 목록’을 분석한 결과 인권위는 2001년 설립 이후 2011년 6월 말까지 260건(사법기관 의견제출 제외)의 권고와 의견표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내용이 정책에 일부(75건, 29%) 또는 전부(69건, 27%) 반영된 비율은 56%였다.

기간별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기인 2001∼2007년 연평균 75%의 수용률(일부 수용률 포함)을 보였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지난해 6월 말까지 수용률은 연평균 38%로 급격히 떨어졌다. 인권정책 실효성을 수용률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수용률이 40% 아래로 떨어졌다는 건 다른 국가기관이 인권위의 권위를 거의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2008년 이후 관계 기관이 ‘검토 중’이라고 밝힌 사안은 전체 97건 중 52건이나 된다. 2008년 인터넷에서 악성 댓글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에 사이버 모욕죄 신설을 추진한 것과 관련해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라 친고죄로 해야 한다는 의견표명에 관련 당국은 검토만 하고 있다. 2010년 8월 인터넷상 이메일과 파일, 채팅 등을 들여다보는 ‘패킷(packet) 감청’ 건에 대해 범죄와 무관하게 지나치게 폭넓은 수집을 피하도록 한 권고도 공허한 목소리에 그치고 있다.

인권위의 위상 추락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에는 이라크 파병 반대 등 지나치게 이념적 편향성을 보이다가 현 정부 들어서는 주요 현안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인권위의 자업자득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규제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인권위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역대 정권에 비해 현 정부는 인권위의 정책권고나 의견표명을 들어주지 않고 있다”면서 “인권위가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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