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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여파로 2004년 밀양 집단성폭행 사건 재수사 촉구

입력 : 2011-10-11 08:50:41 수정 : 2011-10-11 08:5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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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들은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활개치고 다니는데 피해자는 아직도 정신적 고통속에 살아가고 있다.”

2004년 12월 경남 밀양의 고등학생 44명이 울산의 여중생을 밀양으로 꾀어내 1년간 지속적으로 성폭행했다. 이른바 ’밀양 집단성폭행’ 사건이다. 이 성폭행 사건 피의자들에 대한 처벌이 영화 ’도가니’에 나오는 것처럼 솜방망이였다며 재수사를 청원하자는 서명운동이 최근 인터넷에서 벌어지고 있다.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한 울산지검은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피의자 10명(구속7명, 불구속 3명)을 기소하고, 20명을 소년부로 송치했다. 나머지 13명에게는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고소장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렸다. 다른 사건에 연루된 1명은 타 청으로 송치했다.

울산지법이 2005년 4월 기소된 10명에 대해 부산지법 가정지원 소년부 송치 결정을 내리면서 사건이 마무리된다. 피의자들은 소년원에서 일정 기간 보호관찰을 받고 나와 직장인이나 군인, 대학생으로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21세가 된 피해자 A씨의 삶은 여전히 참담하다.당시 A씨를 무료변론하며 앞장서서 도왔던 강지원 변호사는 10일 “A양이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악몽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A양은 사건 직후 울산을 떠나 현재 서울에서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며 “당시 충격 때문에 트라우마(trauma.영구적인 정신장애를 남기는 정신적 외상)로 학교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여러 번 가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 사건을 ’피의자들의 정상은 참작하면서도 피해자 고통은 외면했던 사건’으로 진단하고, 우리 사회가 ’피해자적 감수성’을 갖고 성폭력 피해자를 평생 치유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사건은 다른 한편으로 사법당국이 시간에 쫓긴 나머지 피의자와 피해자를 대질 조사하면서 피해자의 인권 보호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낳았다.

이 과정에서 한 경찰관이 조사를 받던 피해자에게 ’밀양 물 다 흐려놨다’는 식으로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후 여성인권단체와 정치권에서 경찰의 수사 관행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치자 정부는 △여경 전담 조사 △진술 녹화실 설치 △범인식별실 사용 의무화 등 여성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 보호 대책을 마련했다. 1천명을 서명 목표로 잡은 밀양 성폭행 사건 재수사 인터넷 청원운동은 현재 서명자가 500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미 처벌이 끝난 이 사건을 재수사하기란 어려워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사건의 충격성과 심각성보다는 처벌이 미약했다는 점 때문에 ’도가니’의 여파로 다시 이 사건이 도마 위에 오른 것 같다”며 “그렇지만’도가니’와 달리 피의자가 미성년자들이었고 정상적인 법적 절차를 밟아 사건이 마무리된 만큼 재수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강지원 변호사는 “이 사건을 계기로 수사 관행이 여성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개선됐다”며 “하지만 성폭력 사건의 처벌 수위가 너무 낮은데다 피해자의 고통보다 가해자의 정상을 더 참작하는 수사 경향은 여전히 바뀌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뉴스팀 new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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