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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사람] 어린이 무료 심장수술 해온 부천 세종병원 박영관 회장

수술비가 없어 숨진 소녀 보며“치료 못 받는 아동 없게 해야” 결심…국내외 아동 1만여명에 무료 수술
해외에 선행 알려지며 병원호감도 ↑…러시아·중앙亞 환자 유치로 이어져…카자흐에 ‘年 50억’ 브랜드 수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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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9-20 21:09:13      수정 : 2011-09-20 21:09:13
 “경제 사정으로 수술을 받지 못하는 국내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환자 수가 줄면서 저개발국의 어린이 환자들을 돕고 싶었어요. 중국, 베트남, 몽골 등지의 딱한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들을 한두 명씩 데려와 수술한 지 22년 만에 마침내 ‘해외 어린이 무료 자선 수술 1000례’라는 의미 있는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겠습니다. 지금도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저개발국 어린이 환자들이 많습니다. 또 이 같은 의료나눔 활동을 바탕으로 심장분야 의료한류를 본격화할 예정입니다.”

부천 세종병원 박영관(71) 회장은 요즘 감회가 남다르다. 한양대 교수로 재직하던 1982년, 서울도 아닌 경기도 부천에 심장전문병원을 설립하겠다고 할 때만 해도 ‘돈이 안 된다’는 주변의 비아냥과 우려에도 ‘심장수술’ 분야 우물만을 판 지 30년 된 요즘 결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실 중 하나가 최근까지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환자 1000명에게 새 삶을 준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카자흐스탄에 국내 병원으로는 처음으로 병원 브랜드를 수출하는 성과를 일군 것이다.

박영관 회장은 “해외 어린이 무료심장 수술을 바탕으로 쌓은 ‘세종’이라는 브랜드를 바탕으로 이제는 수많은 외국인들이 앞다퉈 찾는 심장질환 분야의 핵심병원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고희를 넘겼지만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박 회장을 18일 만났다. “전문병원이 대학병원들도 엄두도 내지 못했다는 큰일을 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그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어린이 무료 심장수술에 매달린 계기부터 설명했다. 1979년 한양대 흉부외과 교수 시절, 심장병을 전문으로 하면서도 한 소녀를 구하지 못한 회한이 지금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실중격결손을 앓고 있는 소녀와 아버지가 저를 찾아왔었습니다. 한 번의 수술이면 완쾌할 수 있는 병이었지만 그 부녀는 엄청난 수술비 때문에 결국 발길을 돌리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제가 심장전문병원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접한 부녀가 다시 찾아왔어요. 하지만 이미 5년이 지난 후 그 소녀의 병은 아이젠맹거 증후군(Eisenmenger Syndrome)이라는 불치의 병으로 진행된 상태였어요. 이후 영국의 심장 명의 제이콥 박사에게까지 의뢰했지만 결국 소녀는 세상을 등졌습니다.”

이때부터 그는 심장병 어린이가 제때 치료를 못 받아 숨지는 일은 더 이상 없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무료수술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후 사회단체의 지원을 통해 금전적인 이유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던 어린이 수술을 시작했다. 세종병원을 비롯해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세 곳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게 해 현재 2만여 명의 어린이가 새 삶을 찾았다.

그의 병원에서는 매년 200∼400명씩 무료수술을 시행해 현재 수술자는 1만여 명에 이른다. 무료수술은 국내외 심장병 자선단체들이 조성한 기금으로 환자 1인당 800만원을 세종병원에 지급하면 최소 1500만원이 드는 총수술비용 중 나머지를 병원이 전액 부담하는 방식이다.

박 회장 같은 이들의 헌신적인 활동과 의료보험 혜택의 확대, 출산율의 감소, 초음파 기술의 발달로 심장질환을 갖고 태어나는 경우가 많이 줄면서 국내 어린이 환자는 큰 폭으로 줄었다. 

박영관 회장이 1989년 중국의 강수월양을 무료로 수술해 준 뒤 안고 있다. 세종병원은 이 어린이 수술을 시작으로 22년 만에 23개국 어린이 1000명을 수술하는 기록을 달성하게 됐다.
이때부터 그는 저개발국의 가난한 심장병어린이로 시선을 돌렸다. 1989년 중국의 심장병 어린이 강수월(당시 5세)양을 시작으로 해외 어린이 환자를 초청해 수술해 주면서 마침내 1000명이라는 기록을 세운 것이다.

“1000명이라는 숫자에 의미를 부여할 수는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물론 이 역시 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사회단체 및 재단 등의 지원과 도움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박 회장이 주도하는 무료 심장수술 캠페인은 수술을 받은 국가의 언론에 잇따라 소개됐다. 이는 이들 국민에게 세종병원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후 그는 이 같은 호감도를 바탕으로 2008년부터 해외환자 유치에 본격 나섰다. 그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설명회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2009년 하바롭스크와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야쿠츠크 공화국, 사할린 등지에서 잇따라 설명회를 열었다. 유치 설명회는 오랜 기간 자국 어린이들을 무료로 수술해 준 ‘고마운 병원’이라는 인식 덕분에 성황을 이뤘고, 자연스럽게 이들 국가의 심장혈관 질환자 발길이 이 병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2009년 10월 러시아 하바롭스크시 건립 150주년 때는 박 회장이 역사상 두 번째 외국인 명예시민으로 추대되기도 했다.

활발한 국제의료마케팅 활동은 결실로 이어졌다. 최근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큰 공화국인 카자흐스탄에 ‘세종병원’ 브랜드를 수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카자흐스탄 알란 앤 넷 시스템즈사와 합작해 카자흐스탄 알마티시에 100병상 규모의 심장전문병원인 ‘세종·유라시아 클리닉’을 설립하기로 지난 8월30일 계약을 체결한 것. 이 계약으로 세종병원은 10년간 한 해 50억원 이상의 브랜드 로열티를 받게 됐다. ‘세종·유라시아 클리닉’은 일체의 비용 투자 없이 의료기술과 브랜드만으로 카자흐스탄에 병원을 설립한 국내 1호 의료기관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설명이다.

박 회장은 이 같은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러시아 등지의 환자 유치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러시아인들은 육류나 마요네즈 등 기름진 음식을 주로 섭취해요. 이 때문에 매년 130만명이 심장질환으로 사망한다는 통계도 있어요. 하지만 현지 의료 인프라가 열악해 치료를 위해 매년 수천 명의 러시아인이 싱가포르와 이스라엘 등으로 떠나고 있어요. 이런 환자를 유치하는 겁니다. 러시아 환자들은 대부분 부유층으로 진료비로만 평균 1400만원을 지출하고 돌아갑니다.”

그의 이 같은 구상에 따라 세종병원은 지난해 10월 ‘외국인전용병동’을 마련했으며, 러시아 의사 출신 코디네이터 2명을 영입해 수술 전 상담부터 퇴원까지 밀착해 관리하고 있다. 최근에는 환자 안전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국제의료기관평가(JCI) 인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경북 청도 ▲서울대 의대 졸업 ▲서울대 의대 석·박사 ▲독일 뒤셀도르프대 심장외과학 연수 ▲미국 하버드대 심장외과센터 연수 ▲일본 오사카 순환기센터 연수 ▲미국 메이요클리닉 심장외과 연수 ▲인제대 의대 백병원 흉부외과 과장 ▲한양대 의대 부교수 ▲혜원의료재단 세종병원 이사장 ▲사회복지법인 한국심장재단 실행이사 ▲사회복지법인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옛 한국어린이보호재단) 실행이사 ▲세종병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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