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역사의 흐름 바꾼 ‘오월의 기억’

입력 : 2011-04-27 20:49:43 수정 : 2011-04-27 20:49:4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5·16에 묻힌 경제성장의 기적 … 5·18에 스러져간 사랑의 노래
5월만큼 한국 현대사에서 잔인한 달은 없을 것이다. 1961년 5월 16일 ‘5·16 군사정변’과 1980년 5월 18일 ‘5·18 광주민주화항쟁’,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바꾼 두 사건을 조명하는 연극 두 편이 나란히 5월의 무대를 장식한다. 5·16 정변 이후를 그린 ‘한강의 기적-박정희와 이병철과 정주영’이 역사 기록극이라면, 5·18 항쟁을 배경으로 하는 ‘푸르른 날에’는 ‘명랑하게 과장된 통속극’이다.
‘한강의 기적-박정희와 이병철과 정주영’
‘한강의 기적’을 일군 박정희 전 대통령,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를 주인공으로 하는 창작극이다. 1910∼1917년에 태어난 세 인물이 5·16 직후 울산공업단지 개발, 경부고속도로 건설 등 한국 경제 발전을 위해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풀어간다. 지난해 ‘역사 바로알기’ 첫 작품으로 ‘6·25 전쟁과 이승만’을 선보였던 연출가 정진수가 직접 극작, 연출했다. 5명의 배우가 출연하는 소극장 공연이다. 극을 제작한 민중극단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의 쿠데타가 갖는 부정적 측면을 도외시할 수는 없지만 아시아 최빈국 한국을 최단기간 내에 중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린 한강의 기적은 세계사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위업임에 틀림없다”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를 모른 채 경제성장을 이룬 세 남자 이야기는 생존을 위해 분투하고 있는 젊은 세대에게 힘이 될 것”이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역사 기록극인 만큼 영상자료를 최대한 활용해 사실감을 높인 게 특징이다. 박 전 대통령 역할은 장두이가 맡고 15대 국회의원을 지낸 탤런트 정한용이 객원 배우로 출연한다. 극 말미에 중국의 문화대혁명(1966∼1976)을 비꼰 대사가 흥미롭다. “문화대혁명을 일으킨 날이 1966년 5월 16일입니다. 10년 동안에 많게는 2000만명의 무고한 자국민을 학살한 마오쩌둥은 오늘날까지도 국부로 추앙받고, 중국인들은 그의 초상이 새겨진 위안화 화폐를 자랑스럽게 꺼내들고 있는데 박정희의 혼령은 유신독재의 탈을 쓰고 오늘도 한강을 배회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5월 13∼29일 대학로 알과핵소극장. (02)532-5601

‘푸르른 날에’
2009년 제3회 차범석희곡상을 받은 극작가 정경진의 원작을 연출가 고선웅이 새로운 감각과 무대언어로 각색하고 연출했다. 5·18 항쟁 중에 이별하게 된 연인 오민호와 윤정혜가 주인공이다. 민호는 항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은 자신을 삶을 인정하지 못한 채 속세를 떠나 승려가 된다. 정혜는 민호의 딸을 낳아 키우며 다도가로 살아간다. 세월이 31년이나 흘러 암자에서 수행하던 여산 스님(오민호)은 딸 운화의 결혼 소식을 접하게 된다. 결혼식장에서 만난 둘이 생생한 기억 속의 ‘그날’을 회상하며 이야기하는 흐름이다.

비극적인 현대사 속에 희생된 둘의 애닲고 가슴아픈 심정을 표현하는 데 충실하다. 하지만 어둡고 무겁지 않다. 유머와 위트가 섞인 대사와 배우 19명이 선보이는 유쾌한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고선웅 연출은 “과거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목도(目睹)가 아니라 현재를 환기해주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무대 후면의 사천왕상과 사천왕들이 내는 북소리, 뻐꾸기 소리 등이 현재를 1980년 ‘그날’의 시간과 공간으로 되돌린다. 서정주의 시, 송창식의 노래 ‘푸르른 날’로 시작되는 극 마지막 장면 도입부는 속세의 딸에 대한 여산 스님의 심경을 잘 드러낸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5월 10∼29일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1544-1555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천우희 '미소 천사'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
  • 한지민 '우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