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속내는 딴판이다. 정부의 손목비틀기식 압박에 어쩔 수 없이 따라가겠지만 2008년 고유가 당시 나온 대책의 재탕이 대부분이라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강했다. 특히 기업을 압박해 가격을 내리게 한 정부가 정작 유류세 인하 카드를 내놓지 않는 데 대한 불만도 팽배했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 S-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는 한결같이 “당사자인 우리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TF가 내놓은 결과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꺼렸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노력에 부응해 휘발유와 경유 등의 가격을 인하하기로 한 마당에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느냐”며 “기업이라면 당연히 정부 시책에 적극 협력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익명으로 응답한 정유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내놓은 대표적인 안 가운데 하나인 혼합판매의 경우 과거 사회적으로 문제가 돼 오히려 폐기됐던 방안”이라며 “다른 안도 대부분 과거 거론된 안을 재탕 삼탕했거나 실효성이 의심되는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선물시장 거래 활성화를 통해 가격을 낮춘다는 논리도 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많다”며 “선물이 활성화할 경우 가격 상승기에 석유제품이 투자 상품처럼 돼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석유제품 가격의 50%가 넘는 세금은 그대로 놔둔 채 정유업계에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한 것은 불공정하다는 비아냥도 적잖았다.
주유소업계는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자가폴 주유소 활성화 방안이나 현물시장 개설 등은 정유사에 비해 협상력이 약했던 주유소 업계에 힘을 실어주는 측면이 있지만, 주유소 업계가 비중 있게 건의했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방안이 빠져 있는 점은 미흡하다는 평가다.
소비자단체 등은 “정유사의 가격 인하에 맞춰 정부가 유류세 인하 카드를 써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면서 “이번 대책으로 기름값이 얼마나 내려가는지 등 궁금증이 전혀 해소되지 않아 대책 효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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