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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연칼럼] 여성의 참된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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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4-03 18:52:29 수정 : 2011-04-03 18:5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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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업·디지털 시대 ‘우먼파워’
여성성으로 사회 화평·온유 회복을
여성 인구가 인구통계 조사 이래 85년 만에 남성 인구를 약 13만명 넘어섰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전하는 기사는 ‘남아선호 사상 끝났나’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데 이러한 통계 하나만으로 과연 남아선호 사상이 끝났는지도 알 수 없거니와, 그렇다면 지금까지 그러한 사상이 지속됐는지도 의심스럽다. 그도 그럴 것이 언제부터인가 딸이 더 좋다는 말이 광범위하게 퍼져 딸 많은 집을 가리켜 금메달 집이라고 부르는 반면, 아들 많은 집을 가리켜서는 ‘목메달’(무슨 뜻인지는 알쏭달쏭하다)이라고 부른다고 했던가. 어쨌든 아들, 아들 하던 사회가 왜 갑자기 딸, 딸 하게 되었는가.

한 마디로 이러한 세태는 아들보다는 딸, 즉 여성이 남성보다 잘나가기에 생겨난 새로운 현상일 것이다. 남성을 여성이 추월하기 시작한 것은 먼저 대학 진학률에서 드러난다. 초·중·고교로 올라가면서 남녀 사이의 진학률 격차가 벌어진 것은 조사 이래 늘 그랬던 불변의 통계. 그랬던 것이 최근 2년 사이에 상황이 역전되더니 작년에는 여학생 80.5% 대 남학생 77.6%로 3%포인트 가까이 여학생이 높았다는 것. 이러한 통계는 지식사회에서의 여성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는 현실과 긴밀하게 조응한다. 여성학자, 여성 법조인, 여성 외교관, 여성 문인, 여성 기업인, 여성 금융인 등의 활약이 남성을 앞지른 것이다.

반면 남성은 불안한 고용시장을 맴돌며 갈수록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감이 있다. 남성의 무력감과 여성의 상승감을 도식적으로 대비하는 일은 반드시 정직한 현실 반영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방향으로 상당 부분 진행되는 것은 사실이며, 이를 바탕으로 한 문화적·경제적 분위기가 재편되는 것도 사실이다. 미래산업으로 문화산업이 떠오르고, 정보기술(IT)중심의 디지털시대가 되면서 여성성이 훨씬 어울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식사회에서의 화려한 여성 진출과 달리 다른 한편에서는 여성에 대한 성희롱 및 성폭력 사태가 빈발하며, 일반 고용시장에서의 차별 역시 시정되지 않아 여성차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처럼 양면적으로 다가오는 여성문제의 배후에는, 그러나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중요한 사항이 있는데 그것은 페미니즘이라는 역사적인 흐름이다. 남녀차별의 오랜 역사가 남성중심주의라는 이데올로기의 소산일 뿐 인격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또 능력면에서도 차이가 없는 잘못된 편견임을 입증하는 데 페미니즘은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특히 남성우월적 사고를 남근중심주의와 연결지음으로써 남성에 대한 여성의 성적 예속의 고리를 끊어버린 것은 획기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런저런 현상이 거의 동시에 발생하면서 ‘아쉬울 것이 많이 없어진’ 여성들은 남성 의존도를 확 낮출 수 있게 됐다. 최근 결혼하지 않는, 혹은 결혼시기를 늦추는 젊은 여성의 증가를 이와 관련짓는 해석도 나오는데 그럴싸해 보인다. 반면 어떤 의미에서 별 근거 없이 여성 위에 군림한 남성들은 위축을 거듭하면서 역시 결혼에 자신 없어하는 표정이다. 육아에 대한 경제적 불안감과 더불어 어쨌든 젊은 처녀 총각이 결혼을 기피하는 풍토가 여성 파워의 또 다른 측면이라면 잘못된 관측일까.

20세기 후반 독일의 여성작가 잉게보르크 바하만은 ‘남성 중심의 사회가 합리성과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폭력과 전쟁을 키웠다면, 이제는 여성성으로 화평과 온유를 회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여성의 참된 힘과 자부심은 폭력적 남성중심주의를 규탄하면서도 이를 모방하고 거기에 편입하는 데 있지 않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소중한 발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여성의 날 100회가 지나갔지만 민주화 주도, 인권운동, 교육개혁 등으로 국제평화에 기여한 인물로 선정된 150명의 세계여성 속에 한국 여성은 아직 그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문학번역원장·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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