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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금 울리는 ‘시인의 글’ 봄철 나른함 ‘간곳 없네’

입력 : 2011-04-01 17:39:14 수정 : 2011-04-01 17:3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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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진시인 신달자 ‘종이’·김광규‘하루 또 하루’ 나란히 펴내
1964년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뒤 뼛속 깊이 내려간 에세이와 시를 써온 신달자(68)씨와 1975년 등단한 이래 꾸준히 일상의 성찰을 담은 시를 써온 김광규(70)씨가 나란히 시집을 출간했다.

◇신달자 시인은 최근 인터넷과 디지털 시대를 맞아 종이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담은 시 76편을 모아 시집 ‘종이’를 펴냈다.
민음사 제공
인터넷·디지털시대 맞아 종이에 대한 절절한 사랑


신달자 시인은 이번에 종이라는 한 가지 주제로 쓴 시 76편을 모아 시집 ‘종이’(민음사)를 펴냈다. 신 시인은 기자와 통화에서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7년 전부터 ‘종이의 죽음’을 생각하고 준비한 끝에 시집을 내놓게 됐다”고 했다.

신 시인에게 종이란 곧 인간의 아름다운 본성, 정신이다. 종이에 기록하는 것은 “천 개의 입을 다문 침묵의/ 말을 길어 올리는/ 눈부신 작업/ 사람이 신에게서 받은/ 불변의 상속// 종이의 심장에 사람의 심장이/ 닿는 순간// 어지러운 인간의 허물도/ 사람의 정신으로 벌떡 일어서게 한다”(‘예술혼’ 중)는 것이다. 이유는 “종이의 질긴 정신은 죽음을 넘어왔다”(‘한지’ 중)고 보며, 그래서 “종이의 정신은/ 사람들의 변절 앞에서도 번뜩인다”(‘사약’ 중)고 분석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종이가 두 팔로/ 내 생의 붉은 자국들을 두루두루 다 받아 안았다”(‘뺨’ 중)는 게 신 시인의 진실 아닌가.

종이는 그래서 자연 전반으로 확대된다. 가을 하늘은 하느님의 종이(‘가을 하늘’)이고, 여름 나뭇잎은 진초록 종이(‘진초록 종이’)가 된다. 급기야 파도는 아무리 구겨 놓아도 다시 일어서는 푸른 종이다.

“누가 저렇게 푸른 종이를 마구잡이로 구겨 놓았는가// 구겨져도 가락이 있구나// 나날이 구겨지기만 했던// 생의 한 페이지를// 거칠게 구겨 쓰레기통에 확 던지는// 그 팔의 가락으로// 푸르게 심줄이 떨리는// 그 힘 한 줄기로// 다시// 일어서고야 마는// 궁극의 힘”(‘파도’ 전문)

등단 50년을 바라보는 신 시인의 이번 시는 이전 시들보다 차분해졌다는 평이지만, 김 시인의 ‘하루 또 하루’보다는 그래도 더 격정적이다. 아마 그것은 “종이가 가진 따스함과 영성적인 본성은 남겨두고 싶다”는 그의 열망이 절절하기 때문이리라.

◇일상에 대한 반성적 사유를 관조적으로 그린 시집 ‘하루 또 하루’를 들고 돌아온 시인 김광규씨.
문학과지성사 제공
자연과 삶에 대한 반성과 별세한 지인 추모 등 담아


김광규시인은 이번에 시집 ‘하루 또 하루’(문학과지성사)를 펴냈다. 1975년 계간 ‘문학과 지성’을 통해 등단한 시인의 열 번째 시집이다. 그는 ‘시인의 말’에서 “십진법의 기수에 1을 더한 숫자 10은 두 자릿수가 시작되는 출발점”이라며 “헌 신발 끈을 다시 조여 맨다”고 다짐한다.

그는 이번 시집에 자연과 삶에 대한 반성, 별세한 지인들에게 보내는 추모의 내용 등을 담았다. 시집에서 자연은 타자가 아니라 펄펄 살아 있는 주체가 된다. 그래서 능소화는 “담 너머 대추나무를 기어올라가면서/ 나를 바라다보는’(‘능소화’ )가 하면, 홀로 글쓰기를 할 땐 “밤 하늘에 높이 떠오른/ 보름달이 창 안을 들여다본다”(‘나 홀로 집에’)고 했다.

삶에 대한 반성은 또 어떤가. 이미 4명의 누이가 있는 그는 잔소리하는 노처를 보며 “마누라가 늙으면 누나가 되는구나”(‘다섯째 누나’)를 깨닫고, “파리채로 쫓아버릴 수 없는/ 그 사악한 무리들과 더불어 살아가며/ 우리는 눈을 돌려 먼 곳을 바라보는/ 참을성을 조금 배운다”(‘파리떼’ ). 그에게 “시를 쓰는 행위는 순수함을 회복하는 길이며 아울러 존재를 탐구하는 여정”(2009년 시집 ‘환생한 새우’의 ‘시인의 말’ )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시는 담담한 관조로 펼쳐지지만, 본질은 바로 깊은 반성 또는 반성적 사유에 있다. “부끄러움이 속으로 쌓여/ 나이테를 늘리며/ 하루 또 하루/ 나를 살아가게 하는가”(‘하루 또 하루2’ )라고 스스로에 묻는 것이다. 김 시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보잘것없는 일상이 쌓여 큰 시대와 역사가 되기에 하루하루를 우습게 보지 말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시집의 메시지를 전했다. 

독문학자로 한양대 명예교수인 그는 지난해 독일에서 두 번째 번역시집을 펴냈고, 한국과 독일의 문학교류에도 힘써왔다. 오는 5월에는 독일과 스위스 등에서 낭독회를 열 계획이다.

김용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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