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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보다 ‘경제 충격’ 덜기 고육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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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年 2.75%로 동결 “잘 사는 사람은 몰라도 서민에게 물가가 오르는 것은 지옥이나 마찬가지다. 아예 나라를 떠나고 싶은 심정이다. 기준금리가 동결됐다고 하는데 결국엔 또 물가만 치솟을 생각을 하니 한숨만 나온다.”(김학종·57·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생활필수품도 가격이 정말 많이 올랐다. 이제는 장보기가 두려울 정도다.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이렇게 치솟는데 불안해서 살겠느냐. 이제는 생활비 지출 때문에 저축할 돈도 없다. 정부는 도대체 뭘 하나.”(안춘엽·58·여·서울 강서구 화곡동)

물가 급등이란 괴물이 힘없는 서민을 덮치고 있지만 괴물을 공격할 칼은 그대로 칼집에 남았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통화정책 회의를 열고 한은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2.75%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은이 조직의 존재 이유인 물가 관리를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1일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는 4.1%(전년 동월 대비)를 기록해 지난해 10월 이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한은의 물가관리 목표(3±1%)의 지붕을 이미 뚫고 나간 수치다. 한은이 이날 공개한 1월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률도 6.2%(전년 동월 대비)에 달해 2008년 11월(7.8%) 이후 2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특히 1년간의 물가 상승률을 예상하는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지난해 12월 3.3%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지난달엔 3.7%로 오히려 높아져 기준금리 인상 요인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었다.

김중수 한은 총재(금통위 의장)도 이날 기준금리 동결 결정 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앞으로 경기 상승에 따른 수요 압력 증대와 국제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물가가 당분간 4% 내외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1월 중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물가 불안을 인정했다.

금통위가 물가를 잡을 시기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실기론이 제기되는 가운데에서도 결국 칼을 빼들지 못한 것은 1월에 이어 2개월 연속 기준금리 인상 시 경제 전반에 줄 충격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중에서도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부담 가중, 기업의 대출이자부담 상승, 원화 가치 급등(원·달러 환율 급락)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시중은행의 양도성예금증서(CD)연동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는 이미 6% 중반대로 치솟았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물가불안 우려가 계속 있었는데 급격한 가계부채 부담 증가와 환율 강세를 감안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물가 불안 요인이 계속돼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한은도 칼을 만지작거리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김 총재는 “아주 헛발을 디딜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지는 않겠지만 다른 사람이 볼 때 속도가 느리다고 판단하지 않을 정도로 갈 것”이라고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김청중 기자, 김혜림·김승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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