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냉정한 세상이지만 따뜻함에 대한 그리움 여전”

입력 : 2011-01-20 20:54:43 수정 : 2011-01-20 20:54:4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영화 ‘헬로우 고스트’ 각본·연출 김영탁 감독
“(영화관에서) 나왔을 때 따뜻한 것에 대한 충족감을 주고 위안과 위로나 치유가 되니까 사람들이 찾지 않을까요.” 영화 ‘헬로우 고스트’의 각본을 쓰고 직접 연출까지 해낸 김영탁(35) 감독. 그는 지난 연말 개봉한 이 영화가 오랜 시간 사랑받는 이유를 묻자 “세상이 빨리 돌아가고 사람들이 냉정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지만 내면에는 따뜻함에 대한 그리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답했다. ‘헬로우 고스트’는 외로운 청년 상만이 귀신들을 만나 소원을 들어주는 과정에서 가족의 의미 등을 찾아간다는 내용의 영화다. 지난 18일 현재 누적관객 273만명을 기록 중이다. 서울 충무로 한 커피숍에서 만난 그는 시나리오 작가 출신답게 질문에 솔직하면서도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답했다. 검은 뿔테 안경 너머로 반짝이는 눈동자가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의 김영탁 감독, 그는 ‘헬로우 고스트’를 통해 “재미있고 즐겁게 보다가 영화가 끝날 때쯤 ‘선물’ 같은 것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스오피스 1위가 아니면서도 꾸준히 흥행을 유지하는 이유가 뭐라고 보나.

“영화를 만들 때 배우 차태현에게 ‘우리 영화는 1등을 할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싫어할 것 같진 않다’고 말했어요. 화제작이 될 만한 작품은 아니지만 따뜻한 드라마니까 많은 분이 좋아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전형적인 코미디 영화라거나 웃기다가 울리려 한 것 아니냐’라는 지적도 있는데.

“억지로 (사람을) 울리려고 한 게 아닙니다. 재미있고 즐겁게 보다가 영화 끝날 때쯤 ‘선물’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을 뿐이죠. 따뜻함에 대한 믿음이 있어요. 영화가 잘 만들어졌든, 잘못 만들어졌든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진심이 닿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웃음)” 

◇외로운 청년 상만이 귀신들을 만나 가족의 의미와 삶의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김영탁 감독의 영화 ‘헬로우 고스트’.
NEW 제공
―각본상을 받아야 할 정도로 반전이 뛰어난 ‘시나리오의 힘’이 크다는 분석도 있는데.

“감사한 얘기지만, 연출을 처음 하는 입장에선 연출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로도 들립니다.(웃음) 어떤 분이 인터넷 글에서 ‘감독이 시나리오를 쓸 줄 모르나, 처음과 중간이 없고 바로 결말이냐’고 했더군요. 속상했어요.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만 9년차이거든요. 매번 똑같이 발단·전개·절정·결말 구조로 흐르는 시나리오가 싫었죠. 새 아이템에 구성도 완전히 새롭게 하고 싶었어요.”

2008년 말∼2009년 초 어느 날 그는 우연히 과거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헬로우 고스트’의 아이디어 줄기가 떠올랐다고 한다.

“외로운 사람이 덜 외로워지는 방법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 덜 외롭게 되는 얘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큰 설정과 그림이 그려지면서 이야기를 쉽게 구성할 수 있었다. 물론 그다음부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2009년 2월 영화 제작사와 계약한 뒤 4월부터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7월에야 시나리오 초고를 완성할 수 있었다. 시나리오에 공을 많이 들였다.

“시나리오에 공을 많이 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초보 감독으로) 제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제 자신밖에 없었거든요.”

그는 시나리오의 뒤를 먼저 만들어 놓고 다시 앞에서부터 써 갔다고 한다.

“앞부분에 힘을 너무 많이 주지 않는 대신 마지막에 최대한 강하도록 시나리오 작업과 연출을 했습니다. 두 번, 세 번 볼 때에도 짜임새가 문제가 없도록 복선 등을 잘 설치한 것이죠.” 시나리오 작업이 끝나자 배우와 제작진 캐스팅을 했다. 지난해 5월부터 촬영을 시작했고, 편집과정을 거쳐 마침내 지난해 12월 개봉할 수 있었다.

1976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난 김 감독은 2004년 단국대 중어중문과를 졸업했고, 영화 ‘바보’ 등의 시나리오 작가를 거쳐 지난해 장편 ‘헬로우 고스트’로 데뷔했다.

―영화판에서 시나리오 작가를 오래 했는데.

“말로는 시나리오와 작가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현장에서 보면 박탈감이 큽니다. 감독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고 현장에서 감독 연출로 진행되는 게 많은 게 현실이죠. 그런데 감독을 해보니 시나리오(작업)가 제일 힘든 것 같아요. 그런 것에 대한 평가가 부족한 것이 아쉽습니다.”

그는 “작가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 하는 사람들”이라며 “그런 것을 담보할 수 있는 경제적 조건이나 정신적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출 기자 kimgija@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