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6일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은 인플레이션 압력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국경제의 위협요소로 크게 부각되던 환율전쟁이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소강국면에 진입하자 한숨 돌린 한은이 이젠 조직의 존재 목표인 물가안정을 위해 통화정책의 고삐를 바짝 죄겠다는 것이다.
지난 7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기준금리가 인상된 뒤 시장에서는 줄곧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점쳐졌다. 김중수 한은 총재(금통위 의장)도 “우측(기준금리 인상) 깜빡이를 켰으면 우회전을 한다”고 금리 인상을 강력 시사했으나, 기준금리가 3개월 연속 동결되자 금융시장에선 ‘고장 난 깜빡이’, ‘양치기 소년’ 등 김 총재를 비꼬는 우스갯소리가 나돌기도 했다.
당시 한은이 일반적인 예상을 깨고 취한 금리동결은 결국 정부와의 정책공조 성격이 짙었다. 9월엔 정부의 부동산 거래활성 대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10월엔 원·달러 환율급락(원화가치 급등) 등 환율 문제가 이슈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금리가 인상되면 금리 부담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조치가 무력해지고, 환율 하락이 가속화할 것이 우려됐다.
이번에 자신있게 ‘우회전’을 택한 것은 이런 변수의 위협이 상당히 완화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환율 문제는 G20 정상회의에서 신흥국에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거시건전성 규제권을 인정함에 따라 통화정책 이외의 방법으로도 급격한 환율변동을 막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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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은 본점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회의에 앞서 개회를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종덕 기자 |
또 미국이 6000억달러에 달하는 2차 양적 완화로 글로벌 시장에 유동성 과잉 조짐이 나타나는 상황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돈을 빌린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기준금리가 두 차례 인상되면서 가계·기업의 연간 이자부담은 추가로 3조4000억원가량 늘 것으로 전망했다. 은행권은 이날 예금금리 인상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인 반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일제히 올렸다.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변동금리의 기준으로 사용하는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가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추가 기준금리 인상 시기와 폭도 주목된다. 염상훈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양적 완화가 경기회복과 물가상승을 자극할 것”이라며 “내년 1분기 기준금리가 한차례 인상된 뒤 상당 기간 동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청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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