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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평 흥정리 농원 ‘허브나라’
가을이 지나간다. 북녘땅에서 시작된 붉은 단풍이 강원 일부지역까지 남하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단풍은 사색의 시간을 제공해준다. 그렇다고 나뭇잎과 꽃잎이 제 역할을 다한다는 사실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강원도에 붉은 낙엽비가 내리기 이전에 싱싱한 나무와 식물을 접하고 싶었다.

◇나들이 나온 여성들이 허브향이 가득한 농원 산책로를 걷고 있다.
주말 오후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강원 평창군 장평읍에 내렸다. 그곳에서 버스와 택시를 이용해 봉평면 흥정리의 농원 ‘허브나라’를 찾았다. 허브나라는 100종이 넘는 허브가 향기를 내고 있는 농원이다. 평균 해발고도 600m에 이르는 곳이어서인지 공기가 시원하고 맑다. 허브나라 정문에 내려서자, 허브 향기보다도 먼저 서늘한 기운이 전신을 감싼다. 이제 막 단풍 옷으로 갈아입을 준비를 하는 산들과 맑은 흥정계곡이 협연으로 만들어내는 분위기이리라. 강원도의 산골이기에 이곳에는 비교적 겨울이 빨리 온다는 말이 실감난다.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도 야외에서 식물이 자라기에는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짐작된다.

정문을 지나자 여러 테마정원이 이름을 달고 도심에서 내려온 여행자의 후각을 어루만진다. 한국에서 이곳에만 있다는 빨간 메밀꽃이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어린이·향기·셰익스피어·달빛·나비 등 여러 테마로 구분돼 있는 허브나라에 친밀감이 든다. 이런 공간이 있기에 가족 단위 여행자와 연인들에게 인기가 있나 보다. 자작나무집에 들어서니 허브로 만든 빵과 음료가 코와 혀끝을 간질인다.

◇허브나라 농원 이호순 대표
허브나라의 여러 꽃과 식물처럼 관심을 끄는 이가 허브나라 이호순(67) 대표다. 삼성그룹 계열사 임원과 자회사 대표를 지낸 뒤, 자연에 대한 갈망을 놓을 수 없었다. 그가 두 살 아래 아내와 함께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배경인 평창을 터전으로 삼은 때는 1993년이었다. 그때부터 흥정계곡 주변에 농원을 가꾸었다. 친구 5명과 함께 9만9000여㎡(약 3만평)의 땅을 사들여 허브를 심고 농작물을 심었다.

허브나라에서는 평창에서 이름난 메밀국수 등은 접할 수 없다. 지역 주민들의 경제에 보탬이 되는 음식을 팔아서는 안 된다는 이 대표의 신념에 따른 것이다. 대신에 허브나라는 허브에 문화를 접목해 복합문화공간으로 기반을 다졌다. 터키와 친선관계를 보여주는 ‘한터울’이 눈길을 끌었다. 한터울은 한국과 터키가 하나 되는 울타리라는 뜻으로 표현된 터키갤러리다.

허브나라를 빠져나와 용평면 백옥포리의 한국전통음식문화체험관을 찾았다. 체험관은 도로와 냇가에 접해 있어 자동차 소리와 흐르는 물소리가 무시로 들렸다. 드라마 ‘식객’의 촬영지답게 마당에 자리 잡은 수많은 장독대가 전통 음식의 내공을 말해 주는 것 같았다. 시간이 더 흐르면 장독대와 먼 산을 카메라 앵글에 담아도 좋을 성싶다. 장독대 위로 가을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일 터이니까.

평창=글·사진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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