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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멕시코만 원유 유출 재앙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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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파괴 ‘태안 사고’ 떠올라
국가 해안방제 능력 재점검을
지난 4월 20일 미국 멕시코만의 석유 시추시설 딥워터 호라이즌에서 폭발로 원유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1500m 깊이의 해저지층에 매장된 원유를 뽑아내는 시추시설의 사고로 심해 유정에서 원유가 샘물처럼 뿜어져 나와 현재까지 미국 방제당국 추산 1300t(환경전문가 추산 2만7000t)이 유출됐다. 유정 입구를 완벽하게 막기 전까지 매일 50∼1000t의 원유가 계속 방출될 것으로 보인다.

심원준 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
2007년 12월 7일 새벽 삼성중공업의 크레인 부선이 홍콩 선적의 허베이스피리트호에 충돌해 약 1만900t의 원유를 청정해역인 태안 앞바다에 쏟아낸 ‘검은 재앙’을 경험했고, 지금도 그 피해로 고통받는 지역주민과 생태계를 지켜보는 우리로서는 남의 집 불구경하듯 바라볼 일이 아니다.

미국은 3만8000t의 원유가 유출된 엑손 발데스호 사고라는 역사상 최악의 환경재앙을 1989년에 이미 겪은 바 있다. 사고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알래스카의 사고해역은 잔존 유류가 발견되고 있으며, 환경오염과 생태계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엑손 발데스 사고 이후에 미국은 전 세계에서 유례 없는 강력한 유류오염법을 제정하고, 대비와 대응 태세 강화에 많은 노력과 예산을 들여왔다.

하지만 인재에서 완벽한 예방이란 없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딥워터 호라이즌 사고가 발생했다. 전 세계 이목이 다시 미국에 쏠리고 있다. 미국은 엑손 발데스 사고 이후 20년간 준비한 내용을 시험받는 수험생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5년 여수 앞바다에서 발생한 씨프린스호 사고를 겪었다. 약 5000t의 유류 유출사고로 그 당시까지는 국내 최대 사고였으며, 국가적으로 큰 교훈을 안겨주었다. 씨프린스 사고를 통해서 우리도 국가긴급방제계획을 수립하고, 국가방제능력을 확충했다. 그로부터 12년 후에 발생한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고 당시 여전히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지만, 씨프린스 사고를 통해서 개선된 점이 없었다면 실제보다 몇 배는 더 미흡한 대응이 이루어졌을 것이며 그만큼 피해도 커졌을 것이다.

허베이스피리트 사고를 계기로 해양 유류 유출사고에 대한 대비와 대응 능력을 더욱 향상시키기 위한 작업이 현재 다각도로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번 미국 사고를 계기로 다시 점검해봐야 한다. 2년 반이란 시간에 국민의 뇌리에서 태안은 이미 옛날 추억이 된 것은 아닌지, 정부는 정책과 예산의 우선 순위에서 관련 분야를 이미 미뤄두고 있지는 않은지, 방제당국은 현재까지의 개선으로 벌써 방심하지는 않는지, 지자체는 해안방제의 1차 책임기관임에도 지난 사고처럼 여전히 무방비로 있지는 않은지다.

유류 유출사고는 전쟁과 유사하다. 평시에 예방하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완벽이란 없다. 언제 일어날지 모를 전쟁 상황을 가정해 군대를 유지해야 하는 것과 같이 대형 해양 유류 유출사고를 대비하기 위한 조직과 장비의 하드웨어와 전문가 및 기술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최적의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법제도와 예산의 뒷받침은 기본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허베이스피리트 때보다 몇 배 더 큰 사고도 발생할 수도 있고, 아니면 아예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과학적인 통계자료의 도움을 받아 예측해 볼 수는 있지만 사고는 통계로 다 설명될 수 없다.

미국도 엑손 발데스 사고 이후에 해양 유류 유출사고의 지속적인 감소 추세에 따라 예산이 점차 삭감되고 관련 대응 인력을 지속적으로 줄이다가 이번 사태를 맞았다. 이는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최대의 준비가 최선인지, 아니면 최소한의 준비가 최고인지 정답은 없다. 하지만 이는 안전과 재난 대비에 대한 국민과 정부의 평상시의 인식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미국의 이번 사고를 계기로 가장 먼저 새겨야 할 교훈이다.

심원준 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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