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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 학생 2명은 어떻게 함께 여행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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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3-24 09:06:05 수정 : 2010-03-24 09: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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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GO 아시안브릿지 필리핀에서 진행한 ‘젊음, 열정으로 복원하는 세계문화유산 대학생 공정여행 캠프’가 2010년 1월 12일부터 19일까지 필리핀 루손섬 중북부 이푸가오 지역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여행은 요즘 한국 사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공정여행에 대한 해답이 아닌 고민들이 많이 도출되고, 참가자들이 이런 고민을 이어나가고 싶은 의지가 충만하기에 그 내용들을 여러분과 공유하기 위해 글을 진행합니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들려준 어느 나라 이야기는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예전에, 아버지가 어느 나라에 간 적이 있는데 그 동네에 외국인이 처음이었나봐. 그 때 승합차를 타고 있었는데, 운전기사가 자기가 씹던 껌을 뱉어서 한 아이에게 주더라고. 그 때부터 아이들이 차를 쫒아오기 시작하더라고. 껌을 처음 보기도 했었고, 무엇인가 다른 선물을 줄거라는 기대 때문이었지. 그 때, 그 곳에 사는 사람은 무엇이든 함부로 주면 안 된다고 말하더라고”

그 때 차를 쫒아다니던 애들은 외국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게 됐을까? 그 곳에 사는 사람은 왜 무엇이든 함부로 주면 안 된다고 했을까?

이푸가오 지역에서 비슷한 일을 겪었을 때,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은 내게 그렇게 답을 내려주었다.

“아마 차를 쫒아오기 시작했던 아이들은 외국인에 대한 인식이 그렇게 되버렸다고 보면 될거예요. 좋은 걸 많이 가지고 있고, 우리가 손을 내밀면 줄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겠죠”

그 말을 듣고보니, 여행한답시고 돌아다니는 이방인들이 원주민들에겐 얼마나 몹쓸 짓을 하는지 자신들만 모르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필리핀의 빈민촌을 찾다보면 안타까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많은 청소년들의 꿈이 지프니(Jeepney : 짚차를 개조해 만든 대중교통수단)나 트라이시클(Trycycle : 오토바이에 사람이 타는 보조카를 달아 놓은 대중교통수단) 운전수다. 예전엔 ‘군인, 의사, 변호사…’, 꿈이 참 다양했는데, 학교는 커녕 하루하루 먹기도 힘든 아이들의 주변에서 그나마 가장 역동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운전수인 탓이다.

학자마다 차이가 있지만 60%에서 심하게는 90%까지 빈민이라고 불리는 필리핀에서 외국인과 필리핀 사람은 이미 같은 사람이 아니다. 빈민촌을 들락날락 거릴 때, 가장 힘들었던 일은 슬리퍼조차 없이 걸어다니는 아이들을 지나칠 때 였으니 말이다.

메트로 마닐라의 도시빈민촌 ‘바세코’만 해도 자신들이 사는 동네 주변으론 높은 담장이 쳐져 있고, 그 흔한 쇼핑몰조차 한 번 가보지 못한 아이들이 많단 사실을 고려하면 이들의 꿈이 서서히 이해되기 시작한다.

그래서 고민을 시작하게 됐다. 필리핀이 가진 자연, 사람, 문화 등을 보고 우리가 얻어가는 것은 많을텐데, 이에 대해 우리는 무엇인가 보답해야 할텐데, 좀 더 뜻깊게 보답하는 방법은 없을까? 그래서 필리핀을 방문해서 다국적 자본이 운영하는 호텔에서 자는 돈을 아끼고, 살만한 사람들이 운영하는 렌트카 회사에서 차를 빌리기 보단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고, 짧은 기간 외국에 나와서까지 한국 음식을 먹느라 비싼 돈을 치르기보단 현지 음식을 체험하고. 이렇게 고민해서 아낀 돈으로 빈민지역에 있는 친구들에게 여행의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 우리가 좀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삶을 배우는 것처럼, 아주 일부의 사람들이나마 그런 경험을 같이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

결정은 그렇게 내렸지만, 걱정되는 것은 여러가지 있었다. 어떻게 하면 한국인과 필리핀인이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이들이 자신의 여행경비를 대준 한국 사람을 부담스러워 하진 않을까? 한국인들은 주관기관의 이런 결정을 올곧게 이해할 것인가?…

결국, 가장 연령대가 비슷하면서도 공감대가 맞을 것 같은 필리핀 도시빈민지역 대학생 2명이 여행에 참가하게 된다.

빈민지역 ‘바세코’에 사는 ‘조나’는 기술교육을 전공하는 학생이다. 바세코 주민조직 ‘카발리캇’의 임원으로 활동하는 어머니 탓에 세계 여러나라에서 이 지역을 방문하는 봉사활동자들을 곧잘 봤던 조나는 처음 봤을 때 강한 어조로 자신의 의사를 똑뿌러지기에 밝힌 당찬 소녀였다. 나중에 동네 사람들이 말하길, 조나의 성격은 원래 내성적이어서 낯가림이 심한 편인데 이 여행에 꼭 동참하고 싶어서 처음 봤을 때 내 기선(?)을 제압하려 든 것이라고 말을 건넸다.

빈민지역 ‘바공실랑안’에 사는 또다른 참가자 ‘빌리’는 관광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다. 보통 도시빈민지역에서 대학까지 가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데, 빌리의 아버지는 미국, 누나는 이탈리아에서 해외이주노동을 하면서 그를 뒷바라지 해줄 수 있었다. 활달하고 호기심이 왕성한 빌리는 처음에 간호학을 전공하는 자신의 형과 함께 찾아와 그를 이 여행에 보내달라고 말했었다. 그 둘을 모두 데리고 갈 수 없음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이들의 동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 ‘공정함에 감동한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공감만세)’은 '공정여행‘을 계속 고민하는 친구들과 만나고 싶습니다. 관심있으시면, 카페(http://cafe.naver.com/riceterrace)에 들러주세요!

고두환 casto84@gmail.com 블로그 blog.ohmynews.com/philipp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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