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노희경 "'드라마 폐인' 양산? 금세 식을 줄 알았는데…"

입력 : 2010-02-25 11:26:57 수정 : 2010-02-25 11:26:5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드라마 대본집 '거짓말'(북로그 컴퍼니) 펴내

"배종옥 역은 원래 황신혜였다" 캐스팅 비화 공개

 

[세계닷컴] 늘 짧은 머리를 고수하는 탓에 '노희경 작가가 여자냐 남자냐'를 묻는 네티즌의 질문을 인터넷에서 종종 발견한다.

24일 오후 서울 교보문고 본사에서 열린 드라마 '거짓말' 대본집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마주친 노희경 작가에게 오래전부터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왜 짧은 머리를 고수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노 작가는 "머리가 길면 작품 쓸 때 간지럽기 때문에 제가 못견뎌요"라고 웃으며 답했다. 늘 단정한 세미 슈트를 즐겨입는 그이기에 성별을 헷갈려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무리는 아니다.  

체중이 겨우 38kg에 지나지 않는 그는 드라마 '거짓말'을 쓸 당시에는 32kg까지 말라 있었다. 글을 쓰느라 밥을 제대로 못먹었기 때문이다. 그는 "10여 년 만에 다시 대본을 훑어보는데 그때 생각이 나서 마음이 짠했다"고 말했다. 누가 드라마를 위해 사는 사람 아니랄까봐, 소설 등 다른 분야로 큰 인기를 얻더라도 죽을 때 묘비명에는 '드라마 작가 노희경'을 썼으면 좋겠단다. 

'명품 드라마 작가', '노희경표 드라마', '마니아 층이 두터운 작가' 등 노 작가를 수식하는 말은 다양하지만 그는 오히려 '도대체 그 마니아 분들이 어디있는지 궁금하다'고 반문한다.

"'노희경표 드라마'가 무엇인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나는 마니아를 겨냥하고 한번도 드라마를 쓴적이 없고 늘 시청률이 잘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거든요. 나름 새로운 것을 썼는데 사람들은 비슷하게 느끼는 것 같기도 해서 한 때는 가명을 쓰고 활동할까 생각도 했었죠."

때문에 처음 출판 제의가 왔을 때 그는 오랫동안 고민을 해야했다. 출판사에 "나는 시청률이 안나오는 작가다. 책을 내도 안 팔릴거다"라고 으름장을 놓는가 하면 초판을 3천부 이상 찍지 않는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출판사는 노 작가 몰래 초판을 5만부를 찍었고 놀랍게도 그 책은 총 40만부가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노 작가의 첫 출판물인 에세이집 '지금 사랑하지 않는자, 모두 유죄'라는 책이다.

이번 출판물은 지난 1998년 20부작으로 방영된 노 작가의 대표작 '거짓말'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총 두 권인 이 책은 드라마의 대사와 지문까지 시나리오를 그대로 실어 '보는 드라마'에서 '읽는 드라마'로 재구성됐다.

드라마 캐스팅에 대한 비화도 깜짝 공개했다. 노 작가는 "처음 주인공에 배종옥이 아닌 당대 최고였던 황신혜를 염두해 두고 썼었다"며 "배종옥이 캐스팅 된 후에는 대사를 그에 어울리게 다 고쳐썼다"고 전했다.

당시 도시적이고 커리우먼 역만 맡았던 배종옥은 멜로 연기가 처음이었다. 연기하면서 한번도 우는 신을 촬영해 본 적이 없는 배우였다. 파격적인 캐스팅이었지만 그때의 만남으로 노 작가와 배종옥은 지금까지 '최고의 콤비'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거짓말'은 '드라마 폐인'을 양산해낸 원조격인 작품이다. 드라마 '거짓말'의 인터넷 커뮤니티는 벌써 12년간 그 모임이 지속되고 있다. 드라마가 방영될 때만 반짝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종영 후에도 끊임없이 영상과 사진 등을 공유하고 다양한 그들만의 콘텐츠를 양산해낸 것이다. 노 작가는 "팬카페가 생겼다길래 (종영 후에) 금세 없어질 줄 알았다"며 "아직도 모임이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고 말했다.

'삶과 사랑, 인간을 그려내는 드라마'라는 평을 받고 있는 노 작가에게 '막장 드라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던져졌다. 그는 "'막장'이라는 말 자체가 너무 재밌다"며 운을 뗀뒤 "옛날에는 솔직히 머리가 아파서 안봤는데 사람들이 많이 보는 데 이유가 있을 거란 생각에 보기 시작했다"며 "시간이 금방 가는 게 재밌더라. 어쩌면 내가 팬서비스가 모자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각박한 세상에서 각박한 얘기만 하면 보는 이들도 힘들기 때문에 된장국을 엷게 푼 느낌이 드는 순한 드라마를 해도 좋을 것 같다"며 "내 드라마는 내가 봐도 머리 아프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최근 한국 드라마에 부는 '사극' 열풍에 대해서는 "사극은 텍스트도 있고 소스가 있어 갈등을 만들 요소가 많다"면서 "사극을 쓰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하는데 같은 작가로서 사극 쓰는 분들이 존경스럽다. 나중에 더 늙어서 한 5년 칩거하며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노희경은 지난 1995년 '세리와 수지'로 데뷔했으며 '거짓말',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화려한 시절', '바보같은 사랑', '그들이 사는 세상' 등을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에세이집 '지금 사랑하지 않는자, 모두 유죄'와 대본집 '그들이 사는 세상'을 펴냈다. 

/ 두정아 기자 violin80@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유선, 당당한 미소
  • 유선, 당당한 미소
  • 유리 '눈부신 미모'
  • 라임라잇 이토 미유 '신비한 매력'
  • 김소은 '깜찍한 손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