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 하반기 이후로 미뤄질 전망
한국은행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2.00% 수준으로 동결했다. 한은은 “국내경기는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일부 유럽국가의 재정위기 우려 등으로 향후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상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동결 배경을 밝혔다.
국내외 경제를 바라보는 한국은행의 시각은 다시 보수적으로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유럽발 신용 위기로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됐고 국내 경제도 고용과 민간소비 회복 부진으로 아직 정상적인 성장 경로에 올라섰다고 확신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한은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도 하반기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상 쉽지 않은 상황”=이성태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때만 하더라도 “완화 기조가 계속될 동안 금리는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고 이해하는 것은 정확하게 이해한 것이 아니다”며 금리 인상의 여지를 남겨 놓았다.
하지만 11일 기자회견에서는 이런 얘기들이 쏙 들어갔다. 오히려 이 총재는 “경제가 아직 정상적인 궤도에 완전히 복귀한 것은 아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 총재는 특히 사상 초유의 저금리가 1년 동안 유지되고 있지만 현재 부작용이 나타나지도 않았고 몇 달 사이에 부작용이 커질 것이라는 위험도 크지 않다고 밝혔다.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이 어려움을 시사한 것이다.
한은이 이처럼 향후 경제상황을 조심스럽게 보는 이유는 유럽발 신용위기 등 비슷한 해외 악재가 앞으로도 불쑥 터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 때문이다. 또 국내 경기도 소비 및 설비·건설투자와 제조업 등 생산활동이 큰 폭으로 확대되기는 하지만 실업률이 악화되는 등 고용사정이 아직 부진한 상황도 고려됐다.
◆갈수록 늦어지는 출구전략=이에 따라 본격적인 출구전략은 하반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실물경제나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는 여러 가지 징후가 나온다면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아직 불안한 국제금융이 국내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유럽발 신용위기 등 해외 악재가 향후 국내 경기 상황에 아주 나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국내경기가 올해 완만한 성장을 계속한다는 예측에서는 별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을 차단하려면 서둘러 기준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프레드릭 뉴먼 HSBC 아시아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경제는 예상보다 더 많이 성장했기 때문에 좀 더 이른 시점에서 긴축 기조로 돌아설 필요가 있다”며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인상하지 않으면 인플레 압력이 거세지고, 자산가격 버블 우려가 확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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