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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문학이 만나면 어떤 모습?

입력 : 2010-02-01 23:25:30 수정 : 2010-02-01 23:2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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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안종연 ‘시간의 주름’전… 박범신씨 소설을 형상화 공공미술 작업을 주로 해 온 안종연(57)은 3년 전 소설가 박범신(63)의 소설을 미술 작품으로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박범신은 안종연에게 “내가 쌀을 드릴 테니 떡을 찌든 밥을 하든 마음대로 하시오”라고 말했고 안종연은 이후 근 3년여를 작업해 소설의 분위기를 자신만의 시각적 언어로 형상화했다.

◇안종연과 박범신(왼쪽) 작가가 이미지 여러개를 중첩시켜 입체감을 살린 작품 ‘박범신’ 앞에 서 있다. 전시장을 둘러본 박범신 작가가 자신의 모습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 같다며 즉석에서 작명을 했다.
“사실 글은 그림 속에서 나온다.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 하나하나가 그림이다. 그림 속에 글이 있고, 글 속에 그림이 있다.”(박범신)

“전에는 혼자 시장을 보고 요리를 했는데 이번엔 함께 장을 본 기분이다.”(안종연)

전시는 ‘시간의 주름’이라는 주제로 3∼28일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린다. 안종연이 모티브로 삼은 것은 박범신의 소설 ‘시간의 주름’. 50대 중반에 접어든 한 남자와 연상의 여인 이야기를 소재로 한 이 소설에서 안종연은 ‘생성과 소멸에 대한 얘기와 시간의 흐름’이라는 주제의식을 읽어냈고 이를 60여점의 평면과 영상, 설치 작업으로 형상화했다.

소설 목차에서 제목을 따온 작품들은 에폭시와 스테인리스 거울, 나무, 모래 등 다양한 재료와 장르로 구현됐다. 여주인공이 죽음을 맞이하는 바이칼호의 느낌은 에폭시라는 재료를 통해 형상화됐다. 밑그림을 그린 뒤 에폭시를 붓고 다시 그림을 그리고 에폭시를 붓는 수많은 과정을 거치고서 크리스털 가루를 뿌려 반짝임을 더한 작품 ‘바이칼호수의 영혼’은 깊고 오래된 호수 바이칼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표현해냈다. 그런가 하면 신관 지하 1층 전시장에 깔린 흰 모래 위에 만화경 같은 이미지가 반복되는 애니메이션을 투사한 ‘만화경’은 안종연의 표현을 빌리자면 ‘끝없는 빛의 변화가 시간의 주름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표현한 것이다.

두 사람은 모두 새로운 시도의 결과에 만족스러운 모습이다. “고산자가 시간의 지도, 바람의 지도를 그리려 했던 꿈을 이제야 이룬 것 같다.”(박범신) “더 많은 사람을 위한 요리를 한 기분이다.”(안종연)

(02)720-1524

차유나 인턴기자(한림대 언론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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