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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예술의 향기가 흐르는 낭만의 도시

입력 : 2010-01-28 18:01:35 수정 : 2010-01-28 18: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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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음악박물관에는 어린이들 북적
택시 타도 브람스·모차르트의 선율
슈테판 성당 13세기 고딕 양식 대표작
“빈은 과거 시제가 분명하다. 사랑했으나 세상을 떠난 여인을 추모하는 남자의 말처럼 과거형이다….”

빈틈없는 당당한 얼굴 때문에 독일 병정 역할이 제격이었던 영화 배우 에리히 폰 슈트로하임. 1950년대에 세상을 뜬 이 오스트리아 출신 미국인은 모국의 수도를 이렇게 평가했다. 영광과 추락을 함께 경험한 아버지의 나라에 대한 연민이면서 냉정한 평가였다. 그가 세상을 뜬 지 반세기가 훨씬 넘은 2010년 1월의 빈은 결코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는 공간이 아니었다. 예술과 미술의 도시, 동유럽의 관문, 다양한 색깔과 리듬의 고장이라는 말은 오히려 진부했다.

◇13세기 고딕양식의 대표작인 슈테판 성당은 빈의 상징과도 같다. 공사 기간만 65년 걸려 완성된 성당은 중세 시절의 신에 대한 간절함이 묻어나는 공간이다.
빈은 생기의 도시였다. 빈을 찾았을 때, 너무 알려져서 오히려 유명한 곳을 애써 피했다. 다른 여행지에서는 남들이 추천하는 곳을 맨 먼저 방문했지만, 이곳에서는 달랐다. 물론 여행 취재보다는 다른 일정 때문에 빈에 머물게 됐다는 이유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의식하지 않아도 점차 빈의 매력에 빠지고 말았다. 주어진 일정을 끝내고, 늦은 오후와 밤에 둘러본 빈은 이방인을 젖어들게 했다. 어느 택시를 타도 브람스와 모차르트가 흘러나왔다. 해마다 열리는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 CD는 곧잘 팔리고 있다고 했다. 미술박물관과 음악박물관에는 추운 날씨에도 현장을 찾은 아이들이 넘쳐났다. 조그마한 팸플릿에도 구스타프 말러와 구스타프 클림트의 흔적이 느껴졌다. 음악과 미술이 일상으로 내려앉은 곳에서 부러움이라는 단어를 끄집어내야 했다.

그런 점에서 죽을 때까지 미국을 옹호했던 에리히 폰 슈트로하임보다는 같은 오스트리아 출신인 영화 감독 막스 라인하르트의 말에 더 끌린다. “신은 세상을 창조했지만, 인간은 그 자신을 위해 제2의 세상인 예술을 만들었다.” 물론 막스 라인하르트에게 그 세상의 배경은 빈이었다.

그랬다. 빈는 건물에서도, 심지어 쓰레기 소각장에서도 예술이 느껴진다. 건물을 지을 때에도 기존의 건물, 풍경과 어울리도록 설계해야 건축 허가가 나오는 곳이 빈이다. 도심 중심부에 있는 쓰레기 소각장은 어떤가. 도심에서 조형미를 잔뜩 뽐내는 건축물로 착각할 정도로 아름답다.

현대의 건축물을 접하면서, 빈의 건축물을 제대로 보고 싶었다. 시간을 냈다. 시내 중심부를 찾았다. 13세기 고딕 양식의 상징인 슈테판 성당은 23만개의 벽돌과 지붕이 모자이크로 이뤄졌다. 슈테판 성당은 빈의 등대와 같다. 135m가 넘는 교회의 첨탑은 길 잃은 여행자에게 방향을 제공한다. 멀리서 이 첨탑을 보면 안심해도 좋다. 슈테판 성당은 오스트리아의 자랑인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흔적이 가득한 곳이다. 모차르트는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리며 음악적 열정을 이어갔다. 마지막 가는 의식인 장례식도 이곳에서 치러졌다.

◇13세기 이래 수차례 중축돼 여러 건축 양식이 혼합된 호프부르크는 합스부르크의 궁이었다. 추위를 잊은 마차 행렬이 호프부르크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슈테판 성당과 함께 빈의 다른 상징은 호프부르크. 합스부르크의 궁궐이다. 호프부르크 가문의 여름궁전인 쇤브룬 성도 근처다. 여름 궁전에서는 바로크의 화려함이 밀려왔다. 이들 명소를 설명할 때 사용하는 단어가 링슈트라세(Ring Straβe)다. 둥근 고리와 같은 길이다. 프란츠 요제프 황제가 1857년 성벽을 둘러싸고 있던 해자(垓字)를 메워 만든 게 링슈트라세다. 링슈트라세 주변에는 빈 국립오페라 극장과 시청, 국회의사당 등 주요 건물도 가득 들어서 있다. 모두 23구로 이뤄진 빈에서 중세 도시의 흔적인 건물들은 대부분 이곳 1구에서 접하게 된다. 곳곳에 마차가 보이는데, 겨울이라 이를 이용하는 사람보다 손님을 기다리는 마부가 더 많은 듯하다. 값도 꽤 비싸, 한국인 여행자들은 좀처럼 이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벗겨도 벗겨도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는 양파 껍질처럼 빈에는 새로운 것이 넘쳐난다. 알록달록한 훈데르트바서 하우스와 자연사박물관, 미술박물관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이들 박물관이 도심을 중심으로 자리하고 있다면, 수백년 역사를 자랑하는 커피 하우스들은 도시 곳곳에 분포한다. 이곳에서는 하얀 거품을 특색으로 갖고 있는 진한 커피 멜랑주(Melange) 한 잔 주문하는 여유를 갖게 된다.

빈=글·사진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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