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예방대책 세워야 최근 여러 형태의 자살 기도가 보도되고 있는데, 과연 동물도 그러할까. 우리가 접하는 동물의 이야기로는 고래가 뭍으로 올라와 자살하려는 것을 돌려보내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바다나 호수에 집단 자살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나그네쥐(레밍)와 온도가 올라가면 자신의 머리를 찔러 죽는 전갈의 이야기도 동물 자살의 사례로 자주 등장한다.
![]() |
| 조 비 룡 서울대 교수·가정의학 |
고래나 나그네쥐는 질병이나 실수 등과 관련된 행동일 가능성이 크고, 전갈은 온도가 올라가면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독침을 머리에 주입할 뿐 자신은 그 행동이 생명을 마감할 수 있다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을 구분할 수 없는 동물에게는 우울증은 있지만 자살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살은 죽음을 향한 행동이기 때문에 인간 사회에서도 문화와 가치관에 따라 많이 다르며, 사후의 세계를 믿을수록 죄책감이 줄어들고 오히려 큰 의미를 두기도 한다. 아랍인의 자살테러도 더욱 영광된 사후 세계를 믿고 있기 때문에 거침없이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고 본다. 일본의 높은 자살률도 전통적인 사무라이상에서 자살은 명예를 회복하는 사나이다운 행동으로 칭송됐기 때문이다.
그러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1일 펴낸 ‘한국인의 사망 수준’ 보고서를 보면 사망원인 중 자살이 차지하는 비율과 증가율이 유독 눈에 띈다. 2008년의 사망원인을 보면 자살은 4위로 주요 3대 질환인 암과 중풍, 심장질환의 뒤를 잇고 있다. 더 우려되는 사실은 2008년 한 해 국민 10만명당 자살한 사람의 숫자는 26명인데 이는 1982년의 6.8명, 1998년의 18.4명과 비교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자살이 전체 사망원인의 11위인데도 방지 캠페인이 매우 활발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자살률은 10만명당 11명 정도이다. 일본을 비롯한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 대부분 자살률이 감소추세인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심각성을 잘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만 해도 자살률이 낮은 국가였고 자살을 죄악시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 그러나 자살 증가 요인을 들여다보면 현재 우리 삶의 만족도가 현저히 낮고, 그 정도가 갈수록 나빠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즉 경제적인 대성공을 이루었음에도 많은 사람이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소외감을 느끼게 되고 이로 인한 우울증과 함께 나타나는 자살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OECD 국가에서는 연령별 자살률의 차이가 별로 크지 않는 데 반해 유독 우리나라는 노인층으로 갈수록 급증하는 이유도 노인들이 상대적 박탈감과 적응장애의 가장 큰 희생자이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 정부도 이런 점을 깨닫고 자살예방대책추진위원회와 자살위기대응팀의 규모를 늘리고 자살 사례의 심리원인을 분석하며 학생들에게는 예방교육을, 홀로 사는 노인과 같은 자살위험이 큰 사람들에게는 예방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자살예방 종합대책을 세워 2013년까지는 인구 10만명당 20명 내로 자살률을 낮출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진정 자살을 줄이려면 사회적 예방대책과 함께 개개인이 심적 여유를 찾아야만 한다. 앞만 보고 달려갈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신세계는 건강한지, 주변에도 정신적 불안정 특히 우울증에 시달리는 이웃은 없는지 살펴보고 같이 삶을 영위하는 여유가 필요한 것이다.
조 비 룡 서울대 교수·가정의학
기고·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태안 기름 유출 사고](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10/15/128/20261015524673.jpg
)
![[기자가만난세상] ‘한강’이 보이면 위험하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10/15/128/20261015524621.jpg
)
![[삶과문화] 두 번째 사람](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2/05/128/20260205519582.jpg
)
![BTS가 깬 벽 [이지영의 K컬처 여행]](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10/15/128/20261015518371.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