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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순간들' 파란만장한 삶·비공개 일화 담아
'…한국의 탄생' 외면·찬양 양극단 넘어 화해 시도

박정희의 결정적 순간들/조갑제 지음/기파랑/1만9000원

박정희, 한국의 탄생/조우석 지음/살림/1만6000원

조갑제 지음/기파랑/1만9000원
오는 26일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재규의 총에 스러진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집권을 경험한 대부분의 정치인처럼 박정희에 대한 호불호는 개인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 선호도와 공적 평가에 대한 국민 여론 조사를 하면 늘 1위를 하는 인물이 박정희다. 박정희의 경제 개발은 이후 세계 10위권으로 도약한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토대가 되었고, 두 차례의 군사정권을 경험한 뒤에 마침내 민주화에도 성공했다. 36년간의 식민지 경험과 6·25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선 나라, 경이로운 경제성장으로 세계가 존경과 경탄의 눈길을 보내는 나라, 당당히 어깨를 펴고 자부심을 가질 만한 나라가 되었다. 그런데 이런 대중적인 정서와는 달리 일부 진보계열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부정적 평가 일색이다.

박정희란 쉬쉬해야 하는 이름이고, 그를 언급하는 이는 눈치 없는 보수주의자가 되어버린다. 1960∼70년대 내내 반박정희 정서를 주도했던 지식인들이 지금도 그 틀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박정희를 둘러싼 대중과 지식인들의 이런 인식적 괴리야말로 오늘날 박정희와 그의 시대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지 혹은 무관심을 드러내는 게 아닐까.

조우석 지음/살림/1만6000원
조갑제·조우석 두 언론인이 나란히 듬직한 박정희 연구서를 펴내며 박정희를 둘러싼 논란의 마침표 찍기를 원하고 있다. 62세를 일기로 타계한 박정희의 일생을 62개의 테마로 나눠 편년체로 서술한 ‘박정희의 결정적 순간들’과 외면과 찬양의 양극단을 넘어 박정희 시대와 화해를 시도한 ‘박정희, 한국의 탄생’이 그것이다.

‘박정희의 결정적 순간들’은 독보적인 박정희 연구가인 저자가 그의 파란만장한 삶을 800쪽이 넘게 가감 없이 펼쳤다. 희비가 엇갈리는 비공개 에피소드도 다수 삽입해 읽는 재미도 있다. 이를테면 육영수 여사와 대구에서 결혼식을 할 때 신랑신부를 만난 적이 없었던 주례(당시 대구시장)가 착각하여 ‘신랑 육영수 군과 신부 박정희 양의…’라고 하는 바람에 결혼식장은 일거에 웃음바다가 됐다는 내용과 서슬 퍼렇던 국가재건최고회의 부의장 시절 광주에서 열린 혁명지지대회에 참석하러 갔다가 혼자 양말을 빨아 줄에 널던 모습을 부관에 들켜 멋쩍어하는 장면 등이다.

1962년 12월엔 최고회의 의장 신분으로 울릉도를 방문한 박정희가 거친 풍랑으로 두 차례의 죽을 고비를 넘긴 뒤 “이래서 국가원수가 한 번도 울릉도를 방문한 적이 없는 모양이야” 하고 농담을 던지며 태연자약했었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그의 배포까지 읽힌다.

‘한 송이 흰 목련이 바람에 지듯이/ 상가(喪家)에는 무거운 침묵 속에/ 씨롱 씨롱 씨롱/ 매미 소리만이/ 가신님을 그리워하는 듯/ (중략) / 아내만 혼자 가고 나만 남았으니/ 斷腸(단장)의 이 슬픔을 어디다 호소하리.’ 육영수 여사 국민장 다음날 썼다는 이 시는 혁명가이기 이전에 먼저 보낸 아내를 그리워하는 평범한 한 사내로서의 고독이 뚝뚝 묻어난다.

◇나이를 줄여 입학한 만주군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책에는 이 밖에도 64년 경제원조를 요청하기 위해 독일을 방문한 길에 파독 간호사·광부들을 만나 “모국의 가족이나 고향땅 생각에 괴로움이 많을 줄로 생각되지만 개개인이 무엇 때문에 이 먼 이국에 찾아왔던가를 명심하여 조국의 명예를 걸고 열심히 일합시다. 비록 우리 생전에는 이룩하지 못하더라도 후손을 위해 남들과 같은 번영의 터전만이라도 닦아 놓읍시다” 하고 말하며 함께 눈물을 흘리던 장면도 소개했다.

저자는 이어 “호, 명예박사, 생일, 직함 등에 신경을 별로 쓰지 않았던 박정희는 항상 청빈한 마음가짐을 죽을 때까지 유지한 분”이라고 평가하면서 특권계층, 파벌적 계보, 군림사회를 증오한 그가 직접 집필한 ‘혁명과 나’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초등학교 교사 시절이던 1938년쯤 학생들과 함께.
“가난은 본인의 스승이자 은인이다. 본인의 24시간은 이 스승, 이 은인과 관련 있는 일에서 떠날 수가 없다. 소박하고, 근면하고, 정직하고, 성실한 서민사회가 바탕이 된, 자주독립된 한국의 창건, 그것이 본인의 소망의 전부다.”

‘박정희, 한국의 탄생’은 진정한 대한민국의 탄생은 이승만 정권이 아니라 아예 박정희시대라고 주장한다.

“6070시대는 우리 현대사의 청년기에 해당한다. 대한민국의 뼈대와 얼굴 그리고 체질이 이때 형성됐다. 우리 역사를 통틀어 그때만큼의 에너지와 역동성을 연출했던 시기는 없을 것이다.”

6070시대 18년 동안 대한민국의 사회·경제적 근간이 거의 모두 완성됐다는 것이다. 특히 경제 부문의 진보는 경이로운데, 영국이 131년, 일본이 72년이 걸렸던 경제성장을 불과 20년 만에 이루어냈던 것이다. 특히 70년대 유신 이후 계획된 조선업, 반도체, 원자력 발전과 같은 중화학 공업은, 이후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으로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경제강국으로 이끌고 있다고 평가한다.

◇국장으로 치른 박정희 영결식 장면.
저자는 이어 우리 세대가 자부심을 잃어버린 단초가 박정희를 둘러싼 왜곡된 담론에 있다고 역설한다. 친일파, 독재자, 지역차별의 원조, 공작정치에 능했던 정치꾼, 전 사회의 군사문화화를 통해 개인의 자유와 창의성을 억압했다는 비판 등 박정희에 덧씌워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젊은 세대는 넘치도록 들어온 반면, 경제개발을 통해 대한민국을 유사 이래 가장 부유한 국가로 만든 공로에 대해서는 이미 다 짜인 계획을 단순히 실행만 했다는 식으로 깎아내리거나 외면하기 일쑤였다는 것. 즉, 우리 근현대사의 아픔과 피치못했던 곡절은 건너뛰었다는 지적이다.

진보학자들이 박정희시대에 대해 만든 통념에 도전하고 싶어 이 책을 기획했다는 저자는 “박정희에게 흠 없는 성인의 모습을 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정말 열린 마음으로 박정희의 업적을 제대로 평가하고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하며 386 출신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6070년대 평가로 마무리를 지었다.

“부자나라, 초일류 기업이 되려면 꼭 한국처럼만 하라! 뒷마당에 심어진 뽕나무나 올리브나무만 기르거나 봉제품을 만지작거리지 말고, 초일류에 도전하는 ‘미친 짓’을 벌여야 하며, 이때 반드시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어야 한다.”

박정희를 바로 세워 그의 가치를 되찾아야 비로소 대한민국 기적의 역사 또한 우리의 것이 된다는 저자의 호소가 귓가에 맴돈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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