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출구전략 시기상조’論 수용 평가속
韓銀 “집값 상승세 주춤 영향” 확대해석 경계 ‘매의 발톱’이 무뎌진 것일까. 당장이라도 기준금리를 올릴 것 같던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9일 “금리 인상문제를 언급했다고 해서 바로 다음달에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예고는 아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기준금리 인상은 이르다”는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의 입장에도 꿋꿋하게 버티던 그가 발톱을 슬그머니 감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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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남제현 기자 |
실제 그는 최근에도 기준금리 인상과 한은법 개정을 둘러싸고 강성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달 10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 총재는 “통화정책을 집행하는 데 있어 최종적인 판단과 결정은 결국 우리 몫”이라며,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는 이명박 대통령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에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웠다. 누가 뭐라 해도 통화정책은 한은이 책임지는 만큼 흔들림 없이 독자적인 결단을 내리겠다는 선언을 한 셈이다. 이 총재의 발언은 기준금리 인상이 닥친 것으로 해석되면서 채권 금리가 급등해 시장을 뒤흔들기도 했다.
이 총재는 지난 9월17일 국회 기획재정위에 출석해서도 “구두 위로 발을 긁는 것과 직접 긁는 것은 다르다”며 한은의 직접 조사권 소유에 반대하는 정부를 맹공격했다.
특히 이 총재는 부총재 시절이던 2003년 6월19일 국회 재정경제위 한은법 개정안 법안심사소위에서 통화정책과 관련해 금통위 위원 3명이 전화로 압력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해 파장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그를 한은 총재로 임명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나중에 “너무 강한 사람을 앉혔다”고 혀를 내둘렀다는 후문이다.
그런 그가 이처럼 금융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며 후퇴하자 기준금리 조기 인상을 반대하는 청와대와 정부를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계의 한 인사는 “임기가 5개월여 남은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시기상조라고 수차례 언급한 이 대통령과 윤 장관의 입장을 계속 무시하기만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은 관계자는 “이 총재가 금리 인상 시점을 못 박은 적이 없지 않느냐”며 “금리 인상에 영향을 주는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아직 성장 경로에 불확실한 점이 많아 4분기까지 추이를 지켜보자는 뜻이지 입장이 바뀐 것은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 총재가 한발 물러섰지만 조만간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이 총재는 이날 “금리 인상이 까마득히 먼 훗날의 얘기는 아니다. 생각보다 더 빨리 올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부동산시장이 과열되고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지면 물가를 잡기 위한 선제대응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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