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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 손자 “할아버지는 처형 명령 내린 적 없다”

입력 : 2009-10-09 11:59:31 수정 : 2009-10-09 11:5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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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구소련의 통치자 이오시프 스탈린에 대한 재평가를 놓고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영국 BBC 방송은 스탈린의 손자 예브게니 주가슈빌리가 스탈린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러시아 자유주의 계열 신문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첫 공판이 열렸다고 8일 보도했다.

자유주의 계열 언론 ‘노바야 가제타’는 최근 기밀해제된 서류 중에서 스탈린의 개인 서명이 담긴 처형허가증을 발견해 기사화했다. 주가슈빌리는 이에 대해 “이 문서 자체가 거짓”이라며 “스탈린은 직접적으로 누구에 대해서도 처형을 명령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정부는 최근 조용히 스탈린에 대한 미화작업을 벌이고 있어 이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지난달 모스코바 지하철역에서는 스탈린의 업적을 기념하는 동판이 재등장했다. 지난해 발간된 초등학교 역사책에서는 스탈린을 2차 세계대전에서 러시아를 승리로 이끈 ‘효율적인 경영자’라고 설명해놓았다. 수백만명을 죽음으로 내몬 독재자라는 언급은 없었다. 지난해 러시아의 역사 위인을 선정하는 온라인 조사에서도 그루지야 출신인 스탈린이 3위에 올랐다.

이같은 움직임의 배경에는 구소련 시절에 대한 향수가 있다. 이날 법정 밖에는 주로 노년층으로 구성된 스탈린 지지자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스탈린 아래에서 우리 나라는 존중 받았다”며 “지금 우리는 구걸하는 처지이지만 당시에는 다른 나라에서 두려움의 대상이었다”고 외쳤다.

주가슈빌리의 변호인측은 “이 소송에서 승리하면 스탈린이 정직하고 공평한 지도자의 상징이라는 역사관이 입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BBC는 러시아가 여전히 소비에트 시절의 공포정치를 직시하지 않고 있다며 최근 몇년간 러시아 정부는 오히려 역사적 사실에 베일을 씌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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