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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 사망 1년… 사이버폭력 아직도 ‘기승’

입력 : 2009-09-30 08:50:45 수정 : 2009-09-30 08:5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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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만3819건… 3년새 4000건 늘어
유명인사서 일반인까지 무차별 공격
전문가 “네티즌 자정 의지 없어 악화”
지난해 10월2일 톱 탤런트 최진실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여러 가지 추측이 무성했다. 최씨가 인터넷에 유포된 ‘25억원 사채 괴담’ 때문에 괴로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이버 모욕죄’ 신설 주장에 힘이 실렸고, 이른바 ‘최진실 법안’이 만들어졌으나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 속에 국회에 계류만 돼 있다. 1년이 지났으나 사이버상 폭력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 경찰에 적발된 사이버 폭력 건수는 지난 8월 말 현재 7558건에 이른다. 2005년 9227건, 2006년 9436건, 2007년 1만2905건, 지난해 1만3819건 등으로 증가 추세가 뚜렷하다. 특히 사이버 폭력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이버 명예훼손은 2005년 3094건에서 지난해 4451건, 지난 8월 현재 2695건으로 크게 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인터넷상에서 한 여성 탤런트에게 악성 댓글을 올린 네티즌 4명이 불구속입건됐고, 지난 28일에는 한 유명 연예인의 합성된 나체사진을 인터넷에 퍼뜨린 네티즌 6명이 적발되기도 했다.

사이버 폭력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대상은 유명인사만이 아니다. 지난해 광화문 인근 상인들이 촛불시위와 관련해 소송을 제기하자 누리꾼들이 이들의 개인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최근에는 한 산부인과의 원무과장이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올라온 경쟁 병원에 대한 질문에 수십 차례 악성 댓글을 단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사이버 폭력으로 비싼 대가를 치르면서도 제도적인 대응책은 물론이고 네티즌의 자정 의지가 없다 보니 상황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인터넷이라는 개방된 공간에서 이뤄지는 욕설과 악플 등을 폐쇄적인 화장실 낙서쯤으로 여기면서 표현의 자유만을 내세우는 풍토가 사이버 폭력의 싹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사당국은 적극적인 고소·고발이 없으면 수사에 나서기가 쉽지 않고 인터넷 특성상 가해자를 특정하기도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피해자들이 가해자를 처벌하고 싶어도 절차가 번거로워 포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명예훼손 분쟁조정부에 해당 이용자의 기본정보를 요청하는 ‘이용자에 대한 정보제공 청구제도’가 있지만 지난해 88건 중 50건, 올해 8월 현재 143건 중 52건에 대해서만 정보제공이 이뤄졌다. 지난 1년간 방송통신윤리위원회에 95건의 분쟁조정 신청이 제기돼 48건이 조정 전 합의 또는 조정 결정을 받았을 정도로 피해 구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강지원 전 방송통신윤리위원장은 “인터넷 문화만 급속히 확산됐을 뿐 댓글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의식이 없다 보니 익명성에 숨어 사이버 폭력이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자살과 같은 피해가 늘고 있다”며 “오프라인상에서 윤리 교육과 함께 온라인상에서도 사이버 폭력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태영 기자 wooa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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