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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버는 것은 기술, 쓰는 것은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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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8-13 20:35:40 수정 : 2009-08-13 20: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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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문화 확산 활동을 벌여온 ‘아름다운 재단’은 지난해 말 세계 주요 국가의 기부문화를 비교해 발표했다. 여기서 한국의 기부문화가 일본보다 한수 위로 나온 것은 흥미롭다. 아름다운 재단은 2007년 1인당 GDP(국내총생산)에서 1인당 평균 기부액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기부율을 산출한 결과 한국은 0.5% 수준이었으나 일본은 0.02%에 불과했다. 한국에서 종교단체를 통한 기부활동이 활발한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됐다. 미국의 기부율은 1.7%였고 네덜란드는 0.9%, 호주는 0.68% 수준이었다. 역시 기부 선진국들이다.

한국 기부문화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유산기부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꼽힌다. 미국은 전체 기부액 중 유산기부 비율이 7.6%에 이르고, 호주는 10%, 네덜란드는 4%를 넘어서는데 한국은 통계수치를 내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 깊숙이 뿌리내린 순혈주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국인은 자기 핏줄에게 재산을 물려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유난히 강하다. 결국 순혈주의가 다문화사회 정착뿐만 아니라 기부문화 확산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상부상조를 바탕으로 한 나름의 기부문화를 발전시켜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타까운 현실이다.

경기 용인에서 서전농원을 운영하는 김병호(68) 대표가 300억원 상당의 재산을 KAIST에 기부했다고 한다. 기부 재산이 평생 땀흘려 모은 깨끗한 돈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김 대표의 인생 신조가 눈길을 확 잡아 끈다. “부지런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배다”와 “버는 것은 기술이요 쓰는 것은 예술이다”라는 것인데, 참으로 명언이다. 말처럼 실천이 쉽지 않은 유산기부라는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한국 기부문화 확산의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독일의 토마스 랑게는 ‘행복한 기부’라는 책에서 기부를 통해 복지국가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복지예산을 축소하고 대신 부족한 부분을 기부로 충당하면 과도한 복지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기부의 힘은 생각보다 크다. 김씨의 기부는 우리 사회에 주는 큰 선물이다.

전천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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