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인플레 선제적 대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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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웅 성균관대 명예교수·경제학 |
낙관적인 경제전문가는 미국의 경기침체가 이미 종료됐거나 곧 종료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는 아직 소수의견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는 경제가 안정되고 있으나 아직 저점에는 도달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5월 현재 일자리가 50만개 이상 감소하는 등 아직까지는 경기가 바닥이라고 보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경기 바닥 논쟁과 함께 가장 엇갈리는 주장은 현재 인플레이션이 임박했느냐 디플레이션이 임박했느냐에 대한 견해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 완화 통화정책은 인플레를 부추기는 기반인지 디플레를 막기 위한 정책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연준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거의 제로 수준으로 인하했고, 민간 대출업체가 꺼리는 시기에 기업어음(CP) 시장에 대출을 시행했다. 장기금리를 낮추기 위해 1조2500억달러 규모의 주택저당증권(MBS)와 3000억달러의 장기국채를 매입하기로 했다. 이런 정책은 전례가 없는 과감한 정책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이 과잉 유동성을 공급하고 인플레 우려를 낳는다.
디플레를 우려하는 전문가는 이런 주장을 일축한다. 인플레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지나치게 적을 때 발생하는 것인데, 현재는 공급에 비해 수요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 높은 실업률과 유휴 생산시설이 가격과 임금 인상을 막고 있다. 연준이 저금리의 자금을 공급하지 않으면 침체된 수요가 가격과 물가의 하강 악순환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같은 논란은 국내에서도 경제전문가 사이에 대립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지난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경기 하락세가 거의 끝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경기가 과연 바닥을 쳤는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 경제가 이미 바닥을 쳤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최근 경기지수, 제조업 및 서비스업 생산, 소비재 판매지수 등 국내 경제지표가 일제히 호전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운다. 하지만 선진국의 경제위기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경기의 바닥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하반기 증시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국내 증권사 간에 코스피를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와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 차이가 1000에서 1800에 이르는 커다란 간극을 보인다.
경제전망에 대한 상반된 견해는 인플레에 대한 전망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인플레를 우려하는 측은 일단 경제가 회복되면 팽창된 통화와 여신이 인플레를 촉발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과잉 유동성이 물가를 인상시키고 임금도 따라 상승할 우려가 있다. 저금리는 소비를 부추기고 저축을 막을 것이다.
과거의 인플레 경험으로부터 얻은 교훈은 ‘심리’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기대심리가 근로자 경영자 투자자의 행동을 결정한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는 의미가 있다. 통화당국은 종종 과도하게 확장정책을 펴 인플레에 대한 기대를 키운 적이 있다. 현재 경기침체 위험이 줄어들고 있다는 증거가 나오면서 한국은행은 조만간 금리를 인상해서 인플레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인플레 위험은 환율과 원자재 가격을 통해 일어날 수도 있다. 인플레에 대한 우려가 원자재 가격을 상승시키고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 수입 가격이 상승하면 국내 생산자도 가격을 올릴 것이다. 인플레 관행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높은 인플레와 실업이 동시에 존재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찾아올 수도 있다.
이재웅 성균관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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