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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폭력 얼룩진 집회·시위문화 이젠 바꿔야"

입력 : 2009-06-15 09:45:59 수정 : 2009-06-15 09: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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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 앞둔 강희락 경찰청장 단독 인터뷰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는 법과 질서를 존중하기보다 경찰의 정당한 법 집행마저 폄하하려는 안타까운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작은 질서부터 잡아야 큰 질서를 잡을 수 있는 만큼 법과 원칙에 입각해 일관되고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하겠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13일 본지와 1시간30분 동안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국민 대다수는 우리나라의 집회·시위문화가 이제 좀 달라질 때가 됐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취임한 지 100일이 돼 가는 데 소회를 말해 달라.

“그동안 어깨가 참 무거웠다. 여러 사건으로 지휘부 공백이 오래된 상태였고, 인사 지연으로 조직도 들떠 있었다. 경찰청장 내정 순간부터 하루도 못 쉬었다. 손오공의 분신술이 있었으면 할 정도로 바빴고,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전국의 경찰서를 방문하느라 6000㎞ 이상 이동했다는데, 특히 무엇을 강조했나.

“경찰이 달라지고 발전하고 있지만 딱 하나 달라지지 않은 게 있다. ‘욕 먹는 경찰’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이게 안타까워서 ‘욕 먹지 않는 경찰’이 되자는 화두를 들고 전국으로 다닌다. 어느 위치에서나 경찰이 능력 범위 안에서 정성을 가지고 일하면 결과가 좀 나쁘더라도 욕은 하지 않을 것이다.”

―취임 후에도 경찰관 비위가 잇따라 터졌고, 이것이 경찰이 비난을 받는 주 요인이었다.

“어려운 여건에서 열심히 하는 직원이 대다수인데, 엉뚱한 생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 때문에 경찰이 도매금으로 욕 먹는다. 자기가 경찰관이길 부정하는 사람을 찾아내 불이익을 주고 응징해서 선한 직원들이 손해봤다는 생각 안 들게 만들 것이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경찰서장이 솔선수범하면 민생치안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경찰서장이 그렇게 중요한 만큼 제대로 하지 않는 지휘관은 임기와 상관없이 교체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제원 기자
―암행감찰반 등을 새로 만들었는데 성과는.

“과거 경찰에 잠재해 온 비위를 찾아내고 있다. 묵은 때 벗기기다. 한꺼번에 많이 찾아내다 보니 오히려 경찰이 비리의 온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6월 초 현재 경찰관 유착비리 등 119명을 적발해 73명을 조직에서 퇴출시키고 22명을 정직시켰다. 감봉과 견책도 24명에 달한다. 안 털고 가면 또 상처 입고 그런다.”

―경찰이 서울광장 등의 집회·시위 허가를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과도한 법 집행을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 질서를 확립하지 않고는 절대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집회·시위의 자유가 국민 기본권이고 민주주의 근간을 떠받친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집회·시위가 불법화해 폭력을 쓰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도로에 나가 교통을 마비시키고 공권력에 폭력을 가하는 행위는 저항이 있더라도 엄정 대처할 것이다. 안전한 사회를 위해서는 불가피하다. 대다수 국민들은 ‘이제 좀 달라질 때가 됐다’며 동의하고 있다.”

―특히 서울광장 봉쇄를 둘러싸고 법적 근거 등을 들어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다.

“역사가 평가해 줄 것이다. 경찰은 적절한 조치를 했다고 본다. 국민장 기간 중 (경찰버스) 차벽을 쳤는데, 추모제라는 이름으로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운집했다. 군중 심리를 이용해 ‘노제 끝나고 청와대 진격하자’며 2500여명이 (서울광장 주변에서) 밤샘을 했다. 그런 걸 방지하기 위해 차벽을 쳤다. 서울광장 집회 허용은 행사 주최 측이 참가자들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그때그때 결정할 방침이다.”

―지난 2월 용산 재개발 참사 때도 무리한 진압이었다는 비판이 나왔는데.

“당시 법 집행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사고로 유족과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러나 당시 농성자들이 건물을 불법 점거하고 화염병을 던지는 등 공공질서에 심각한 위협이 초래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불가피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촛불집회를 촉발시킨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등 온라인에 대한 수사기관의 통제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표현의 자유도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보장돼야 한다. 경찰은 온라인상 명예훼손이나 불법행위 선동 등 명백히 불법한 내용의 게시물에 대해서만 수사하고 있고, 이것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수사권 독립 등 경찰의 숙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찰 수사의 질을 평가해 보면.

“경찰 수사는 과거와 비교해 많이 달라졌다. 수사에 있어 이미 인권은 최우선 가치가 됐다. 우리의 목표는 ‘정확하게 시시비비를 가려준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그러면 검찰에 가서 다시 조사받는 과정이 불필요해질 것이다.”

―배우 장자연씨 자살사건 수사처럼 아직 경찰 수사는 명쾌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경찰은 검찰과 달리 초동수사를 전담한다. 누가 해준 수사를 받아 하는 게 아니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다. 나중에 수사를 마무리해 놓고 보면 ‘이 간단한 것을 왜 헤맸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장자연 사건은 당사자는 죽고 책임져야 할 것 같은 사람은 외국에 가 있었다. 좀 더 신중하게 수사해서 정확히 밝혀냈어야 하는데 적잖은 지적이 있었고 미진한 면도 있었다.”

―경찰청장 재임 중 수사권 독립을 어느 선까지 이루겠다는 목표가 있나.

“형사 사법권을 어떻게 배분하는 것이 국민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가, 그런 관점으로 봐야 한다. (검찰과 경찰 등) 국가기관 간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인 견제와 균형 원리로 봐도 타당하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조정이 돼야 한다. 실제 전체 범죄의 98% 이상을 경찰이 수사하는 현실을 법에 반영해야 하고, 이건 최소한의 요구다.”

―이제는 경찰도 특수수사를 강화해 수사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이 수사 능력이 모자라서 못하는 건 아니다. 취임 후 경찰청 특수수사과를 강화했다. 금방 성과가 나타나진 않겠지만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수사를 할 것이다.”

―민생 치안을 위해서는 경찰서장의 역할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그 이유와 배경은.

“조직 특성상 경찰서장은 지역 치안을 1차적으로 책임지는 자리이다. 경찰서장이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 그 지역 치안 분위기가 좌우된다. 현재 전국 경찰서장들에 대한 여러 가지 평가를 진행 중이다. ‘경찰서장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도록 평가할 작정이다. 제대로 하지 못하면 임기를 보장하지 않을 생각이다.”

―올해 초 강호순 사건 때 뒷북대처로 비난을 샀다. 여전히 치안 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범인을) 잡는 게 최선의 범죄예방이다. 그래서 형사, 수사 기능에 많은 주문을 하고 있다. 우리 경찰은 범죄 예방, 즉 지구대, 파출소 등의 방범활동 직원이 4만여명, 전체 경찰관의 40% 정도를 차지한다. 이들이 움직이도록 하는 게 관건이다. 순찰 하나를 돌아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미심쩍고 의심스러운 것을 찾아내 조치할 때 민생치안은 확립될 것이고, 그렇게 할 계획이다.”

―경차 순찰차 도입, 자전거 순찰 등 ‘풀뿌리 민생치안’을 강조하는 이유는.

“경찰은 이미 과거 파출소가 지역마다 설치됐을 때 풀뿌리 치안을 구현하고 있었다. ‘우리 김 순경, 우리 파출소장님’ 이렇게 주민들이 불러줬는데 지구대로 바뀌고 관할구역이 넓어져 이런 게 약화됐다. 경찰은 주민 떠나서는 의미가 없다. 그래서 주민과 접촉 기회를 좀 늘리라고 강조한다. 차만 타고 다니면 뭐하나. 걸어다니며 장사는 잘 되는지 애로사항도 묻고, 자전거 타고 다니며 아이들에게 ‘괴롭히는 사람은 없냐’고 물어봐야 한다.”

―경찰관들이 ‘현장에서 소신을 갖고 일하기 어렵다’, ‘조직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이 당당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와 제도를 만들어 주지 못한게 청장으로서 미안하다. 이제야 불심검문 권한을 강화하는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그리고 조직문화를 계급보다 전문가가 존중받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

대담=채희창 사회부장,  정리=김재홍 기자 h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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