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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소말리아 해적? 진짜 해적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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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5-18 10:17:24 수정 : 2009-05-18 10: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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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커지는 국제사회 책임론
‘아프리카의 뿔’ 소말리아 해역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바다이다. ‘돈맛’을 안 소말리아 해적들은 아덴만을 누비며 어선이든 화물선이든 가리지 않고 공격한다. 국제사회는 화가 났다. 도대체 이들이 누구이기에 어설프기 짝이 없는 보트로 수십, 수백 배 크기의 선박을 꼼짝 못하게 한단 말인가. 대답은 금방 나왔다. 1991년 내전으로 정부가 무너진 후 소말리아 전역은 무법천지로 변했고, 가난과 실업으로 희망을 잃은 청년들이 자포자기 심정으로 노략질에 발을 들여놨다가 한탕주의에 빠져 신출귀몰한 해적으로 거듭났다는 것이다. 애꿎은 외국 선박을 노리는 소말리아 해적들은 지구촌 공공의 적이다. 국제사회의 소말리아 해적 퇴치 방안도 이 같은 전제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할리우드 액션영화처럼 뚜렷한 선악 구분으로 소말리아 해적을 전부 이해할 수 있을까. 국제 비정부기구(NGO)와 언론은 최근 조심스레 국제사회 책임론을 말하기 시작했다.

◆해적을 위한 변명=소말리아 해안은 길이가 3330㎞에 이른다. 아프리카 최장 해안이자 미국 서부 해안 총연장보다 길다. 남부 키스마요에서 모가디슈, 에일, 라스코레이 등 7개 대도시를 기점으로 크고 작은 어촌 50여 곳에서 9만여명이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이들 대부분은 작은 고깃배를 타거나 맨손으로 고기를 잡는다. 어획량은 간신히 하루 먹고 버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덕분에 소말리아의 바다는 ‘황금어장’이 됐다. 그물을 바닥에 끌고 다니며 어족자원을 싹쓸이하는 대형 저인망 어선과 오염으로부터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정어리와 전갱이 같은 작은 물고기가 12만∼20만t, 상어와 가오리도 3만t에 이른다. 참치, 고등어, 농어, 돔, 바닷가재도 풍부하다.

1991년 내전 끝에 정부가 무너지자 외국 어선들은 앞다퉈 소말리아 앞바다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어떤 감시도 받지 않고 어족자원을 쓸어담아갔다. 미 시사주간 타임이 최근 2006년 유엔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매년 3억 달러(약 3800억원) 어치의 해산물이 외국 불법 어선에 포획됐다. 소말리아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하는 양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도 홈페이지에서 ‘이곳에 정기적으로 드나드는 불법 어선만 700척을 헤아리며, 해안까지 접근해 소말리아 어민이 쳐놓은 그물을 걷어가기도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방사능 물질 등 각종 폐기물도 마구 버려지고 있다. 유럽처럼 환경 감시가 심한 곳에서는 폐기물 1t을 처리하는데 250달러가 드는데 비해, 소말리아에서는 2.5달러면 된다.

소말리아 어민들은 분노했고, 바다 수호대를 조직했다. 해적의 시발점이었다.

미 일간 마이애미헤럴드가 만난 파라 이스마일 에이드(38)도 원래 바닷가재를 잡는 어부였다. 하지만 1991년 이후 평범한 일상은 끝났다.

거대한 외국 어선들이 에이드의 그물을 쓸어가기 일쑤였다. 외국 배들은 치어와 알까지 남김없이 잡아갔다. 그는 푼트랜드(소말리아 북부 자치지역) 어부들을 모아 해안 경비대를 만들었다. 몇 년 동안은 외국 어선을 쫓기만 했다.

1997년 인근 어장에서 어민들이 중국 어선을 붙잡고 인질 몸값으로 50만 달러를 챙겼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에이드는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기뻤다”고 회고했다.

소말리아 동부 에일에 사는 보야도 필사적으로 어장 수호에 매달리다 해적이 됐다. 외국 선원들과의 충돌 끝에 동료 몇 명이 숨졌고, 그가 어렵게 장만한 섬유 유리 보트는 부서져 버렸다.

보야는 영국 일간 타임스에 “주로 중국 대만 한국 어선이 출몰했고, 이들이 한번 왔다가면 어장은 초토화됐다”고 전했다.

소말리아 해적선에서 ‘자원 해안경비대’, ‘소말리아 해병대’ 따위의 문구가 종종 눈에 띄는 것은 이 때문이다.

◆남부로 번지는 불행=생존을 건 투쟁은 점점 독해졌다. 에이드는 2005년 모든 낚시 장비를 팔아 칼라슈니코프 라이플총과 로켓탄 발사기를 샀다. 어부에서 해적으로 ‘전업’한 것이다.

보야는 5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리는 우두머리 해적이 됐다. 2007년 일본 선박 ‘골든 노리’ 호를 납치해 150만 달러를 챙긴 뒤 그는 해적계의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12일 발표된 국제해사국(IMB) 통계에 따르면 올해 소말리아 해적의 노략질(114건)은 벌써 지난해 총 노략질 건수(111건)를 넘어섰다. 이들은 이제 영국에 정보원을 심어 배의 설계도부터 기항지 명단까지 꿰찰 만큼 치밀한 조직으로 성장했다. 10여 년 만에 아덴만 일대는 외국 어선들로 인해 피해를 보던 현지 어부들이 외국 어선을 공격하는 식으로 공수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해적이 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제는 고기잡이와 전혀 상관없이 해적이 된 이들이 절반을 넘는다.

국제사회가 소말리아 해역에 눈을 돌린 건 최근이다. 미 해군 사령부 등이 참여하는 다국적 연합해군 ‘CTF 151’, 유럽연합(EU)의 ‘EUNAVFOR 애틀랜타’, 그리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해적 소탕에 나섰다.

중국 해군은 지난해 말 600년 만에 처음으로 해외에 해군 구축함을 파견했고, 일본 해상자위대의 전함도 지난달 처음으로 소말리아로 출항했다.

그러나 이는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외국 어선들이 이제는 다국적군의 호위를 받으며 그동안 해적 출몰이 뜸했던 소말리아 남부 해역으로 진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소말리아 남부 브라바의 어부인 모하메드 아브디라만은 “소말리아 북동부에서 해적에 쫓기다 국제 감시단의 도움으로 화를 면한 외국 어선들이 뱃머리를 남쪽으로 돌리기 시작했다”며 “이들은 고기를 쓸어가는 것도 모자라 우리가 일할 수 없도록 배를 부수거나 끓는 물을 붓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 인도지원조정국(UNOCHA)의 뉴스서비스인 IRI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에게는 이들이야말로 해적”이라며 “우리의 고통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으니 우리 스스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18년 전 아덴만 일대에서 시작된 비극이 소말리아 남부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소말리아 과도정부의 아브디라만 이비 부총리 겸 어업해양자원장관은 “어민들에게 동정을 느끼고 있으며 외국 어선의 접근을 막을 수 있는 법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유럽의회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포르투갈 출신 유럽의회의원인 아나 마리아 고메즈는 “국제사회는 자국의 이익을 지키는데만 관심을 둘 뿐 소말리아 어민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다”며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는 한 소말리아 해적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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