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국책은행 등을 동원해 마련했거나 조성 중인 공적자금의 규모는 7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먼저 지난해 11월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 계획을 밝혔다. 이 펀드는 자금의 절반을 한국은행에서 빌려 오고, 산업은행이 2조원을 출자하게 돼 있다. 16일 현재 이 펀드는 2조7000억원을 들여 회사채(9000억원), 은행채(5000억원), 여신전문회사채(4000억원), 프라이머리 CBO(채권담보부증권·9000억원) 등을 사들였다. 이어 한 달 만에 20조원 규모의 은행자본확충펀드 조성이 발표된다. 역시 한은(8조원)과 산은(2조원)이 펀드 조성에 참여한다. 이달 중 1차로 12조원이 은행에 투입된다.
정부는 이달 들어 또다시 40조원 규모의 구조조정기금을 조성해 금융권의 부실채권과 구조조정 기업의 자산을 사들이고, 별도의 금융안정기금을 만들어 전 금융권의 자본 확충을 지원하겠다고 천명했다. 구조조정기금 규모는 외환위기 때 조성한 부실채권정리기금 21조6000억원(재활용 자금 제외)의 2배 가까이 된다.
외환위기 이후 부실채권정리기금 등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금융회사는 경영정상화 계획을 제출하고 자기자본비율, 부실채권비율 등에 대해 정부가 정한 목표를 달성해야 하며 감사원의 감사도 받아야 한다.
반면 이번에 투입되는 공적자금은 이런 규제나 감시를 받을 필요가 없다. 게다가 정부는 이들 기금을 지원한 대가로 경영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금융기관의 방만한 운영을 부추길 가능성이 큰 실정이다.
금융안정기금은 공적자금을 관리해온 예금보험공사가 아닌 산은의 위탁관리를 받게 될 정책금융공사에 설치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어서 행정편의주의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이는 공적자금관리특별법에 규정된 최소비용 원칙과 공평한 손실부담의 원칙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민 부담을 최소화기 위한 관련 규정은 꼭 필요한데도 정책금융공사법에는 관련 규정이 없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적자금을 감시할 장치를 만드는 한편 정부는 지원받은 금융기관에 대한 발언권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에 상응하는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며 “국민의 돈이 들어가는 이들 자금의 운용을 감시할 장치 역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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