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유동성 공급통한 통화 팽창정책 ‘무게’
국고채 매입 방침… 추가 인하 가능성 남겨둬
한국은행이 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키로 결정한 것은 지금보다 더한 위기 상황에서 쓸 수 있도록 금리 인하 카드를 남겨 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고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간신히 진정된 환율이 기준금리 인하로 다시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국내 경기가 ‘봄’은 아직 멀었지만 큰 고비는 넘겼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10월9일부터 시작된 공격적인 금리 인하로 기준금리를 단기간에 5.25%에서 2%까지 끌어내린 결과 자금시장 경색이 다소 완화됐다고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와 기업어음(CP) 금리가 급락했고 은행의 예금·대출 금리도 상당히 하락했다. 또 중소기업 금융 지원을 위한 신용보증 확대 등의 노력으로 지난 2월 중기 대출과 가계 대출이 증가세로 돌아서 다소 숨통이 트였다.
한편으론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다소나마 여유가 있을 때 금리 인하 카드를 아끼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실제 1월 광공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6%나 급감했다. 수출은 지난해 11월 이후 계속 큰 폭으로 줄고 있는데 2월에도 전년 대비 17% 감소했다. 취업자 수도 지난 1월 전년 대비 10만명이나 줄어든 모습이다. 또 경기 예측기관들이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8%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할 정도로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한은은 이처럼 심각한 수준의 경기 침체 등을 고려해 다음달에 추가로 금리를 내릴 여지는 남아 있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투자와 소비에 더 이상 영향을 주지 못하는 ‘유동성의 함정’에 근접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인하폭은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보다는 당분간 유동성 공급을 통한 통화 팽창(양적 완화) 정책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우선 정부가 대규모 추경예산의 편성으로 발행하게 될 국채를 매입할 방침이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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