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추경 조기 편성·재정지출 확대 시급”
가계와 기업의 경제활동이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공공부문만이 나홀로 경기를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재정 조기 집행과 대대적인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점차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급속히 하강하는 경기를 끌어올리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만큼 대규모 추경 편성을 통한 재정 지출 확대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건설기성에서 민간부문은 작년 동월보다 9.3% 감소했으나 공공부문은 27.7%나 늘었다. 이로써 최근 넉 달 연속 감소한 민간부분과 달리 공공부문은 11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정부의 SOC 투자가 집중된 토목분야에선 공공과 민간 간의 차이가 더 두드러졌다. 지난 1월 건설수주에서 민간(-39.7%)과 민자(-67.8%)사업은 최악의 부진을 보였지만 공공부문은 33.8% 증가했다. 세부 내역별로는 토목 수주가 162.6% 증가했고, 이 중 도로·교량은 372.0%나 폭증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13일 기준으로 올해 전체 예산의 18.8%를 집행하는 등 예산 조기 집행을 한 데 따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기계 수주(선박 제외)에서도 지난 1월 민간부문은 작년 동월보다 51.9% 급감했으나 공공부문은 52.4%의 증가율을 보였다. 공공부문의 비중이 작은 탓에 전체적으로는 47.8% 줄었다.
공공부문 기계 수주는 작년 11월과 12월 각각 -4.7%, -43.2%에서 지난 1월 큰 폭의 플러스로 돌아선 반면 민간부문은 작년 12월 -36.8%에서 지난 1월 감소 폭이 더 커졌다.
생산에서도 재정 지출에 따른 효과가 확연히 나타났다. 분석 결과 서비스업의 경우 재정 지출과 연관이 깊은 업종만 증가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감소했다.
정부의 저소득층 지원 등 영향으로 보건·사회복지사업(7.0%)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고, 정부의 금융 지원 등에 힘입어 금융·보험업(4.6%)도 상대적으로 많이 늘었다. 나머지 분야는 교육서비스업(1.4%)을 제외하고는 모두 감소해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최근 쏟아지는 국내외 악재로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자 30조원 안팎의 ‘슈퍼 추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말 추경안을 마련한 재정부는 당정협의와 재정정책자문회의, 국무회의 등을 거쳐 이달 말까지 최종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날 삼성경제연구소는 ‘추경의 적정 규모와 전략적 재정집행’ 보고서에서 “이번 외환위기 이후 3년물 국고채의 평균 실질 이자율인 2.9%까지 성장률을 높이려면 50조7000억원의 추가 지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추경이 편성되더라도 실제 효과가 나타나기에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조기 편성을 통한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장 내수 위축이 심각해 대규모 부양이 요구된다”며 “지금은 추경을 비롯해 예산 조기 집행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써서라도 경기를 살리는 것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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