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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제 살기에 급급한 은행권의 몰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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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가뭄으로 기업과 서민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영업일수 기준으로 하루 평균 15개 기업이 부도를 냈다. 부도나 감원으로 일자리를 잃는 사람도 늘고 있다. 내년에는 월간 부도업체 수가 2003년 카드사태 당시 수준인 400∼500개 업체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은행권에서 돈이 흘러나가지 않기 때문에 빚어진 사태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월 이후 기준금리를 2.25%포인트나 떨어뜨리고 시중에 돈을 푸는 것은 은행이 대출에 적극 나서 돈맥경화 현상을 해소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금융위기가 가시화된 이후 한은이 시중에 쏟아 부은 돈은 20조원 규모에 달한다. 그런데도 시중 자금이 단기 부동화하고 있다. 시중에 넘쳐나는 단기자금은 한은과 은행 사이에서만 오가고 있다. 제2금융권도 자금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예금은행의 기업 대출 증가액은 올 들어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대출은 상대적으로 자금 사정이 좋은 대기업으로 집중되고, 극심한 자금 압박을 받고 있는 중소기업 대출은 급감하고 있다. 건강한 사람은 엉뚱하게 보약을 먹이고 병약한 환자에게는 치료마저 거절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러고도 은행이라고 할 수 있는지 답해야 한다.

은행들이 연말을 앞두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어서 대출 늘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 작업에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함에 따라 어느 기업이 살아남을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고충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20조원 규모의 은행권 자본확충펀드를 추진하는 등 은행권에 남다른 배려를 하고 있다. 은행권에 해줄 수 있는 것은 다해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부실기업 정리도 엄밀히 따지면 은행권이 나서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은행권은 위험을 피하면서 쉽게 돈 벌 궁리만 하고 있다. 모럴 해저드라는 비난 차원을 이미 넘어선 은행권의 이기적 영업방식은 수술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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