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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자니… 한국은행 금리정책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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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중국 등 세계경제 대세는 '인하 카드'
우리시장 적용땐 달러 이탈·물가불안 우려
전문가 "환율안정돼야 효과… 시기 신중 선택"
금리정책을 놓고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위기 징후가 확산되면서 실물경제는 침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편으론 환율이 폭등하고 달러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를 둘러싸고 “한은이 선제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해 경제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환율 폭등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금리인하 카드를 쓰면 오히려 환율 오름세를 부추겨 달러자금 이탈과 물가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9일 열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에 금융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 경제의 대세 ‘금리 인하’=8일 주요국 중앙은행은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이 공조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며 일제히 금리 인하에 나섰다. 현재 금리 인하를 단행한 국가는 미국 EU 영국 중국 캐나다 스웨덴 스위스 등 7개국이다.

또 호주는 이보다 앞서 파격적인 금리인하 카드를 내놓았다. 호주 중앙은행(RBA)이 7일 기준금리를 연 7%에서 6%로 1%포인트나 내린 것. 홍콩 역시 금리를 9일부터 2.5%로 1.0%포인트 인하하기로했다. 그만큼 세계 경제위기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에서 한발 비켜 서 있는 일본은 10월에도 금리를 동결했다. 인도네시아는 오히려 금리를 올렸다.

경제계와 금융계에서는 “미국과 EU 등 각국 중앙은행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금리인하 공조’ 카드를 꺼내든 만큼 한은도 여기에 동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진우 NH선물 금융공학실장은 “호주와 중국, 미국이 금리를 내리거나 인하를 시사한 상황에서는 일단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좋다”며 “우리나라 채권과 주식 시장에서도 금리인하 요구가 거세다”고 전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도 “금융위기가 증폭되는 만큼 금리인하 대열에 합류해 금융경색을 풀고 경기 충격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리인하론에 대한 반론=반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유럽과는 달리 우리 시장은 극심한 달러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만큼 금리인하 카드를 쓰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금리 인하가 원화약세와 외국인 주식 매도를 촉발하는 악재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금리 인상도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융계 한 인사는 “환율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외국인은 불어나는 환차손을 덜어내기 위해 주식 매도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경기 충격은 금리가 아니라 재정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칫 금리 인하가 원화약세를 부추기는 악순환을 불러오고, 이로 인해 금융과 물가 불안을 증폭하는 화근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전문가들도 “한은이 금리를 인하하되 그 시기는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상당히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은이 당장 금리를 내릴 상황은 아니다”며 “다른 나라의 금리인하 방침이 보다 가시화되고 환율이 안정된 상태라야 금리인하 효과가 날 텐데, 지금 먼저 내리면 효과도 없이 금리만 낮아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동준 현대증권 채권분석팀장도 “환율 변동성이 과도하게 크고 시중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내린다는 것은 효과는 없이 ‘카드’만 소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금통위가 중소기업 지원 방안의 하나로 총액한도대출을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관측한다. 그러나 그동안 거론돼 온 은행의 지급준비율 인하 조치는 부작용이 작지 않아 일단 검토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주춘렬·박성준 기자 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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