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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세계 최고' 꿈을 키운다…기부금 쏟아져

입력 : 2008-09-05 11:44:13 수정 : 2008-09-05 11:4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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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 발전 밀알 되고 싶다"
“저의 작은 정성을 한국 과학기술의 미래를 밝히는 데 써주세요.”

지난달 대전의 KAIST(한국과학기술원) 발전재단에 100만원짜리 수표가 든 한통의 편지가 배달됐다. 자신을 농사꾼이라고 밝힌 편지에는 “10년째 지병을 앓아 아내가 농사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하며 저축한 돈”이라며 “남들이 1억원을 버는 데 드는 땀이 배어 있지만 과학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면 아깝지 않다”는 간곡한 기부의 뜻이 적혀 있었다.

한국의 과학인재 육성을 선도하고 있는 카이스트에 일반 독지가들의 기부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동문과 기업가들의 거액 기부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일반인들에 의한 기부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몇달치 용돈을 모아 보낸 고등학생부터 월정액을 매달 기부하겠다는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화나 편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기부의사를 밝혀온 사람들도 매달 수십명에 이른다.

4일 카이스트 발전재단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카이스트 재단에 기부된 발전기금 건수는 1693건으로 집계됐다. 4년 전인 2005년 한해 398건에 비해서는 4배, 2006년 566건에 비해서는 3배 넘게 늘어난 것. 미국의 명문 MIT에서 진가를 발휘했던 서남표 총장의 개혁 드라이브가 본격화한 지난 해 기부건수가 2072건으로 크게 늘어났지만 올핸 이를 훨씬 넘어설 전망이다. 기부액도 이미 598억7000만원에 달해 2005년 한해 기록한 7억7900만원의 77배에 육박하고 있다. 최고액을 기록한 지난해(162억9000만원)에 비해서도 3.6배에 이른다.

발전재단 김철환 선임행정원은 “세계 최고의 공대를 지향하는 서남표 총장의 개혁이 알려지면서 이에 공감하는 독지가들의 기부의사가 크게 늘었다”며 “기부계층도 농어촌이나 남녀노소를 망라해 관계자들도 놀랄 정도”라고 말했다.

집계 결과 하루 7건 이상, 월 평균 212건이 답지돼 연말에는 2500건을 넘어설 것으로 발전재단 측은 내다보고 있다.

이같이 카이스트에 온정의 손길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 개발에 기대를 거는 일반 소액 기부자들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달 원로 한의학자인 류근철(82) 박사가 국내 개인 최고 기부액인 578억원의 사재를 쾌척한 뒤 더욱 상승무드를 타고 있다. “한국의 미래가 과학기술 등에 달려 있다”는 그의 뜻에 공감한 100여명이 이미 기부 대열에 합류하기도 했다.

서 총장은 “카이스트가 기득권을 버리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고통을 감내하는 모습을 국민들이 인정하는 것 같아 구성원들의 사기가 높아지고 있다”며 “기부가 늘었지만 아직 경쟁상대인 MIT의 3분의 1에 불과하고 국내 27개 국립대학이 연간 사용하는 재정조차 하버드대학 한 곳에도 못 미치는 형편인 만큼 보다 많은 국민들의 성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전=임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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