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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음식은 왜 안하나”… 원산지 표시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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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장 내에만 표시… 사실상 단속 불가
식당가 “표시기준도 없이 강행” 볼멘소리
시민들 “못 믿겠다” “지켜볼 것” 엇갈려
정육점 단속 소고기 원산지 표시 확대 시행 첫날인 8일 서울시 식품안전감시단원들이 은평구의 한 재래시장 정육점에서 원산지 표시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8일부터 소고기가 들어간 모든 음식의 원산지 표시제가 확대 실시됐지만 정작 배달 음식에 대해서는 뚜렷한 표시 기준이 없어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특히 오는 12월부터 시작되는 돼지고기·닭고기 원산지 표시제가 도입되면 소비자들의 혼란은 더욱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원산지 표시 확대시행 첫날 각 음식점에서는 주인들과 시민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배달 음식 원산지 표시 ‘구멍’=8일 농림식품수산부에 따르면 배달 음식의 소고기 원산지 표시는 일단 영업장 안의 메뉴판이나 푯말 중 한 곳에만 표시하면 되고 배달하는 장소까지 표시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음식 배달을 시키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먹는 소고기의 원산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드물다. 직접 식당에 가지 않고 배달을 시키는 특성상 배달원에게 물어보는 수밖에 없는데 배달원이 원산지 표시제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K 중국집 배달원 김모씨는 “원산지 표시제 시행 이후 물어오는 소비자들이 많지만 배달 음식에 대해서는 교육받지 않았다”며 “식당에 전화를 걸어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회사원 황모(38)씨도 “직접 식당에 못 가서 배달시켜 먹는 건데 이 음식에 대해서는 원산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혀를 찼다.

여기에 오는 12월22일부터 돼지고기와 닭고기가 들어간 모든 음식에 대해서도 원산지 표시제가 도입될 예정이어서 치킨이나 피자에 대한 배달 음식도 논란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농식품부 우동식 소비안전팀장은 “배달 음식은 현재 단속이 불가능하고 사실상 단속 방법도 마땅히 없다”며 “차후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밝혔다.

◆시행 첫날 곳곳에서 엇박자=원산지 표시제가 모든 음식점과 단체급식소로 확대된 이날 식당가와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식당 주인들은 “구체적인 표기법도 알려주지 않고 시행하니 메뉴판만 지저분해졌다”고 볼멘소리를 했고 시민들은 “원산지 표시 한다고 믿지는 않는다”는 반응과 “평소 가던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의 원산지를 확인하는 것도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원산지 표시제의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게’라는 취지에 따라 각 식당들은 각양각색으로 원산지를 표기했다. 메뉴판 옆에 A4 용지를 붙인 식당, 메뉴판에 스티커를 부착한 식당들이 대부분이었지만 현수막으로 내건 식당과 사인펜으로 적당히 적어 놓은 식당도 있었다.

최고 1000만원의 벌금을 우려한 음식점 주인들 사이에서는 시행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높았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장모(57)씨는 “표기가 어떤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며 “정부에서 표기 기준을 통일해 글씨를 나눠줬으면 좋겠다”며 홍보 부족을 질타했다.

또 다른 한 음식점 주인은 “유통업체에서 원산지를 속일 경우 식당이 책임을 지느냐 유통업자가 책임을 지느냐”며 강화된 단속에 대한 불안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서울 명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승모(50)씨는 “6월 말부터 원산지를 표기했지만 매출은 떨어졌다”며 “신뢰가 떨어진 상태에서 원산지 표시제만으로 소비가 늘지는 않는다”고 비판했다.

시민들은 실효성에는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했다. 대학생 정모(24)씨는 “식당에 갔더니 메뉴판에 줄 같은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게 원산지 표기였다”면서 혀를 내두르며 “어떤 곳은 너무 작게 표시돼서 보이지도 않았고 어떤 곳은 빨간색 등 싸인펜으로 메뉴판에 적었던데 메뉴 보기만 더 힘들고 애매하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회사원 이모(29)씨는 “당연히 국내산이라고 믿고 갔던 식당에 호주산이라고 원산지 표기가 된 것을 보고 묘한 배신감이 들었다”고 웃으며 “시행 초기지만 제도가 정착되면 사람들이 믿고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조민중·정진수 기자
inthepeop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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