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고기 원산지 표시 대상을 확대한 것은 미국산 소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막상 시행을 앞두게 되자 정부는 “그 많은 식당을 모두 단속할 수도 없고, 단속해서도 안 된다”며 한발 뒤로 빼는 모습이다. 행정단속 대상과 업무량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셈이다. 촛불시위가 확산되는 등 여론이 악화되자 실효성을 헤아려보지도 않고 대책부터 서둘러 내놓았음을 엿볼 수 있다.
미국산이 국내산이나 다른 외국산으로 둔갑하는 걸 막기 위한 원산지표시제는 한우농가를 보호하는 안전장치인 동시에 국민이 ‘알고 먹을’ 최소한의 권리다. 소고기 파동이 없었더라도 원산지 표시는 어차피 강화해야 할 사안이었다. 표시 방법이 복잡하다거나 원산지를 증빙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속이거나 표시를 게을리 해서는 곤란하다. 먹을거리 불안이 최고조에 달한 현 시점에서 정부 의지가 후퇴하거나 규정 위반을 방치하면 사회적으로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소규모 음식점의 현실적 어려움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제도에 불만을 느껴 지키지 않는다면 안전한 먹을거리와 국민건강이 보장되겠는가.
절대 부족한 단속인원으로 모든 음식점을 효과적으로 관리·단속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안전한 식탁을 지키는 일은 행정력에만 의존할 수 없다. 소고기를 속여 파는 행위를 감시하고 신고하는 건전한 소비자의식이야말로 원산지표시제를 정착시키는 최상의 방책이다. 모범업소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저작권과 ‘파나마 프로젝트’](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10/18/128/20261018516308.jpg
)
![[특파원리포트] 지도의 정치외교학](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9/27/128/20260927509872.jpg
)
![[김정기의호모커뮤니쿠스] 국회의원의 말 자리](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8/23/128/20260823509374.jpg
)
![[구정우칼럼] 암살자(들), 누구의 책임인가](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7/05/128/20260705509633.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