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물가상승이 더 위험” 인하요구 일축
최근 경제계에서는 “인플레이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금리를 낮추고 재정을 확대,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물가 안정이 최우선”이라는 원칙론도 팽팽하다.
이 같은 논란이 본격화되는 것은 경기침체의 정도가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경제연구기관들은 잿빛 전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일 우리나라의 올해 성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발표한 5.0%에서 4.7%로 0.3%포인트 낮췄다. 특히 성장률이 상반기 4.9%에서 하반기에는 4.4%로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최대 민간경제 연구소인 삼성경제연구소의 이 같은 조정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인한 대외여건 악화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리를 낮춰 적극적으로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주장을 하고 나선 곳은 금융연구원이다.
금융연구원은 “한국은행이 물가보다는 경기에 초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경기가 급랭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금리를 떨어뜨릴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경기 회복과 물가 안정이라는 상반된 정책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는 없다”며 “현 상황에서 통화정책은 금리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이 물가안정을 위해 특별히 긴축하지 않더라도 이미 긴축 상황은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출이 줄어들고 교역조건이 나빠지면서 총수요가 위축되고 있을 뿐 아니라 경상수지 적자확대, 자본의 해외이탈, 외국인의 직접투자 감소에 따라 굳이 긴축정책을 펴지 않더라도 시중에 나도는 통화량은 감소하고 있다는 것.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면서 더 커진 국내외 금리 차이도 한은의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금리인하론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한은은 당분간 금리인하에 나설 것 같지 않다.
한은의 분위기는 경기 위축보다 물가 상승에 따른 위험이 더 크다고 보는 분위기다.
최근 공개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1월 의사록에서도 한은 집행부는 “올해는 경기 하향 위험보다 물가 상승의 위험이 조금 더 큰 것으로 예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12월 3.6%, 올해 1월 3.9%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에 4%를 넘을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물가 상승은 확연히 드러나고 있지만 대외여건 악화로 인한 경기침체는 아직 뚜렷한 실체가 없다는 게 한은의 시각이기도 하다. 한은은 오히려 제조업 체감경기조사에서 ‘3월 업황 전망 실사지수’가 모처럼 상승세로 돌아서 3월의 경기가 조금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한은 안팎에서는 7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다시 동결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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