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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화재,초동진화 실패가 전소 원인...방화가능성 높아져

관련이슈 '국보1호' 숭례문 화재

입력 : 2008-02-11 13:25:28 수정 : 2008-02-11 13:2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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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1호 ’숭례문이 어처구니없는 화재로 불에 타버렸다. 숭례문은 불에 취약한 목조 문화재임에도 문화재 당국은 방화 등 돌발적인 위험에 전혀 대비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4시간이 지나 국보 1호가 불에 다 타도록 불길을 잡지 못하는 무능력을 보였다. 화마와 부실한 방재시스템이 뒤엉켜 국보 1호는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초동진화 실패=이날 불은 오후 8시48분쯤 숭례문 누각의 두 지붕 중 위쪽에 있는 지붕 쪽에서 발화한 것으로 보였다. 소방차의 출동으로 불길은 금새 잡힌듯했다. 이날 밤 11시까지 큼 불길이 잡혀 지붕 앞쪽 방향에서 흰 연기가 간헐적으로 솟아 올라 곧 불씨가 사라질 것럼 보였다. 소방당국은 오후 9시55분에 화재 비상 2호를 발령했으나 10시 32분에 한단계 낮은 비상 3호를 발령했다.

그러나 소방당국의 판단착오였다. 기와지붕으로 이뤄진 목조건물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이었다. 기와지붕이 소방차의 물길을 막아 누각의 대들보등 목재에 남아있는 잔불을 잡지 못한 것을 간과한 것이다.

소방당국은 2층 누각 천장과 지붕 사이에 잠복한 불길이 잡히지 않자 밤 11시 5분쯤 숭례문의 현판과 기둥 등을 전기톱으로 절단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결국 2층 누각으로 진압하러 들어간 소방관들이 불길을 잡지 못한 채 대피하자 소방당국은 밤 11시50분쯤 뒤늦게 숭례문 지붕에 대한 해체 작업에 들어가는 응급처방을 썼다.

하지만 한발 늦은 상황이었다. 희뿌연 연기와 함께 불꽃이 2층 누각 왼편에서 솟아 오르더니 급기야 11일 0시25분쯤 국보 1호 숭례문 2층 누각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다. 0시58분쯤에는 2층 지붕 뒷면이 ‘우루루’ 소리를 내면서 무너져 내리면서 국보 1호는 사실상 전소되기 시작했다. 이날 새벽1시38분에는 1층누각까지 옮겨붙어 석조만 남은채 활활 불타올랐다. 이날 숭례문 주변은 국보 1호의 잔재들이 타고 남은 매케한 냄새로 가득했다.

방화 정황 속속=방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목격자들의 진술이나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다. 택시 기사 이모씨는 “화재 직전 한 남자가 남대문 우측 계단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고 1∼2분쯤 지났을 때 남대문 1층과 2층 사이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기 시작했다”며 “불길을 발견하자마자 휴대전화로 신고를 하고 돌아보니 이 남자가 남대문에서 내려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혁 남대문 경찰서 수사과장은 “방화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화인을 조사 중이며 인근에 당시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CC) TV가 있는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도 과학수사팀 등을 경찰관 50여명을 현장에 파견했으나 진화작업이 끝나지않아 숭례문 접근 및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목격자를 찾는 주변에 CC TV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 중이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이날 밤 용의자로 추정되는 50대 남성을 붙잡아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멍뚫린 방재시스템=문화재청과 서울 중구청에 따르면 화재가 나기전 숭례문에는 소화기 8대가 1,2층에 나뉘어 비치되고, 상수도 소화전이 설치된 것이 소방시설의 전부였다. 감지기 등 화재 경보설비도 없었다. 또 홍예문이 개방되는 오전 10시에서 오후 8시 사이에 평일 3명, 휴일 1명의 직원이 상주하며 관리하지만 그 이후에는 무인경비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 이날과 같이 홍예문 폐쇄 시간에 발생한 화재 상황에 대해서는 신속한 대처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특히 숭례문은 야간 조명시설이 설치돼 있어 누전 등 전기 사고의 가능성이 있는 데다 일반인의 접근이 쉬워 방화 위험도 비교적 큰 편이었다.

박호근 기자 root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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