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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몰입교육’ 日 실패 교훈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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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1-30 13:54:03 수정 : 2008-01-30 13:5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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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욱 도쿄 특파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와 이노우에 가오루(井上馨)는 한국에서는 악명 높지만 일본에서의 평가는 다르다. 이토는 초대 조선통감을 지냈고, 외교관 출신 이노우에는 명성황후 시해를 기획·조종하는 등 조선 병탄에 앞장섰지만 두 사람 모두 일본 국력 팽창에 일조했던 인물로 간주된다. 150여년 전 영국 유학을 떠난 두 사람은 런던브리지 난간에 걸터앉아 “영국인은 훌륭하다. 아이나 거지도 영어를 하는데…”라며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내쉬었다. 영국인 학생들이 “동양의 노란 원숭이”라며 어찌나 놀려대던지, 두 사람은 영어도 못하는 동양인이라는 콤플렉스가 뼛속까지 스며들었다고 후일 회고했다. 이토 등은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총리직에 오른 뒤 근대화 교육의 핵심으로 영어수업학교를 전국 곳곳에 세우는 등 영어 올인 교육정책을 폈다. 이들의 영어 콤플렉스 덕분에 일본은 이미 100여년 전 영어 몰입 공교육을 실천에 옮긴 꼴이 됐다.

그런데 영어교육에 들인 노력에 비해 효과는 신통치 않다. 말이 아니라 문법과 독해에 매달리다 보니 의사소통이 어려운 ‘벙어리 영어’가 돼버렸다. 100여년이 지난 지금 일본 거리에서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해방 이후 일본식 영어교육을 그대로 베낀 우리의 영어교육 또한 이와 다를 바 없다.

언어란 강제적으로 주입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일본은 개화기에 딱딱한 교과목으로 영어를 주입할 게 아니라 영어 놀이, 영어 이야기책 읽기 등 아이들이 접근하기 쉬운 것부터 실천했더라면 영어 실력이 지금보다 훨씬 좋아졌을 것이라고 뒤늦게 후회하고 있다. 국내에서 논란 중인 영어 몰입 교육도 일본의 실패 사례를 참고해 현실에 맞게 잘 다듬어야 할 것이다.

정승욱 도쿄 특파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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