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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배희칼럼]가족정책 전담기구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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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2-27 16:24:19 수정 : 2008-02-27 16:2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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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가끔 생각한다. 때로 감정적으로 미화되기도 하고 가족이 삶의 굴레가 되는 불행한 경우도 없지 않지만, 폭넓게 보아 사람은 누구나 가족 안에서 태어나 살다 죽게 된다.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이 처음 만나는 사회가 가족이고, 마치 물이나 공기와 같이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의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 가족의 형태나 가치관 등은 사회 변화에 맞추어 달라져 왔다. 농경제 사회의 대가족이나 산업화 시대의 핵가족, 그리고 오늘날 나타나고 있는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은 모두 당시의 경제적·문화적 산물인 것이다. 이 가족을 둘러싼 사회적 함의와 가치관은 때로 개인의 삶의 형태나 가치관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충돌하기도 한다.

특히 현대사회에 들어와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양상이 복잡해지면서 가족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전 시대까지 가족을 둘러싼 많은 문제는 거의 사적 영역에서 해결가능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양성평등의 관점에서 여성 문제 전반, 산업화의 그늘과 현대사회의 소외와 관련한 청소년·노인 문제까지 생각해보면 가족문제는 더 이상 가정이라는 담 안에서 해결할 수도 없고 해결해서도 안 되는 사회적 사안이 되었다.

농경시대 대가족 제도와 그에 기반을 둔 가부장제 아래서 노인은 집안의 어른이자 삶의 선험자로서 공경의 대상이었다. 어린아이가 태어나면 자연스레 공동육아가 이루어질 수 있었고, 어려운 처지의 친척이나 이웃이 생겨도 ‘숟가락 하나 더 놓으면 된다’는 말에서 나타나듯 이렇게 살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서너 식구가 사는 아파트라는 보편화된 주거환경에선 숟가락을 하나 더 놓는 것이 얼마나 큰 일인지 모른다. 이것은 무엇이 좋다, 나쁘다 판단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사회가 이렇게 달라진 것이고, 삶의 형태와 사람들의 생각 또한 그에 맞추어 변화했을 따름이다. 문제는 이렇게 변화된 상황에서 과거 농경제 사회의 가치관을 유독 여성과 가족관계에서만 여전히 강요하는 현실이며, 이 현실은 오늘날 가족문제를 둘러싼 모든 갈등의 중심에 놓여 있다고 본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육, 아동, 청소년, 노인복지 등은 당연히 사회의 정책적 과제가 되어야 하며, 양성평등의 관점이 우리 가정에서까지 구현되어야 하는 것이다.

좀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현대사회의 거의 모든 문제는 가족문제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이러한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가족복지 정책을 개발하고 제공하는 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 하겠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가족문제 전반에 적극 개입하여 정책을 마련하는 데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가족정책을 체계적으로 수립·집행하는 행정기관이 없었으며, 몇몇 부처에서 그 부처의 특성에 맞추어 가족정책을 산발적으로 다루는 데 머물러 온 것이다. 이 때문에 기존의 가족정책은 저소득층 중심의 사회복지 서비스로 집행 대상이 제한되어 왔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전반적으로 가족문제는 사적 영역에 방치되어 왔고 예방정책 부재를 필연적으로 안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일반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여전히 육아, 교육, 가사, 부모 돌봄 등 가족문제 전반이 여성에게 맡겨진 불평등한 상황이 시사하는 바를 놓쳐서는 안 된다.

가족정책은 어느 부처에 부수적으로 포함하여 추진하기에는 그 대상 영역이 광범위하고 국민 개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므로 양성평등의 관점에서 종합적·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전담부처가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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